소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IVF 학사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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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3-02-20 조회5,545회 댓글0건

[소리정음]
우리들의 블루스를 추자 [서울 중심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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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https://youtu.be/Hq7FLgkAV0E  

[소리] 2022 세 번째 소리 08+09호(통권263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서울 중심 대한민국


최근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등장인물들의 고충에, 많은 경기도 주민들이 공감을 표하며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입니다.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5,839명으로, 2순위인 부산(1㎢당 4,248명)의 약 4배에 이릅니다. 

서울에 많은 인프라와 일자리, 문화, 교육 면에서의 혜택이 집중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서울민국’은 지방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불평등한 상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 어떤 불평등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서울 중심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어쩌다 원주민  _  호욱 

 우리들의 블루스를 추자  _  좌성훈 




https://youtu.be/Hq7FLgkAV0E 

우리들의 블루스를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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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바다에서 (필자는 맨 오른쪽)

                                                                                                                                                                                               



◆ 좌성훈(제주대00)

무역학과를 졸업했고, IVF 간사로 9년간 사역했다. 

사임 이후에는 제주기념품 및 특산품 판매업을 시작하여 현재 온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제주기념품 제작 및 유통업도 하고 있다. 

협재 마을에 살면서 메노나이트 공동체에 함께하고 있으며 아내와 함께 4남매를 키우며 정신없이 살고 있다.




제주에서 듣는 서울교통방송 


“이 시각 서울 시내 도로 교통 상황입니다. 송정교에서 성동교 정체구간입니다….” 10년 전쯤 서울에서 오신 IVF 선배 간사님을 모시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라디오에서는 여느 때처럼 교통방송이 흘러나왔다. 순간 선배 간사님의 한마디, “아니, 제주도에서 서울교통방송이 왜 나오지?” 이제는 웬만하면 서울 교통 상황 방송이 나올 타이밍에 제주지역 교통 상황이 나오긴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심심치 않게 제주 라디오에서 서울 교통 상황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선배 간사님의 한마디로 내 안에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게, 나는 왜 제주에서 서울 교통 상황 안내방송을 듣고 있어야 하는가.’ 서울사람들은 제주도 도로 이름 하나 알지 못할 텐데, 평생 제주도에서만 살아온 나는 올림픽대로, 반포대교, 동작대교, 동부간선도로, 외곽순환도로 등등 서울 시내 도로 이름이나 대교 이름을 꽤 많이 들으면서 살았다. 왜일까?


나는 흔히 말하는 제주도 토박이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도 인서울에 실패하여 제주대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이후에도 제주 IVF에 취업하면서 줄곧 제주에서만 생활했다. 군생활은 경기도 연천에서 했지만, 부대 내에서만 생활했기에 타지역에서 살았다고 볼 수 없다. 아버지 쪽은 모두 제주 태생이시지만 어머니는 서울토박이어서 외가는 모두 서울에 있다. 서울이 고향이신 어머니 덕분에(?) 서울에 자주 갈 수는 있었는데, 서울에 계신 이모들과 외삼촌들은 제주도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늘 불쌍히 여기셨다. 마치 귀양살이 보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올라온 나와 동생에게 ‘제주도에는 이런 거 없지?’라면서 선진문물(?)들을 소개해주시는 데 여념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선진문물이 가득한 서울은 모든 것의 중심이었다. 제주도에 살고 있으면서도 서울교통방송을 들으며 서울을 알아야 했고 서울을 꿈꿔야 한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90% 이상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서울로 진학하거나 취업하기를 소망한다. 나도 그 90% 사람 중 하나였지만, 인서울에 실패했다.


제주도 이주열풍? 서울열풍!


8년 전, 생활공동체를 시작해보고자 제주 시내에서도 1시간 떨어진(주변에 인가가 전혀 없는) 외곽으로 이사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땅값이 아주 저렴하고 자연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 정도 저렴한 땅값이면 타지역 시내권이나 제주 시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생활공동체를 꿈꾸는 이들과 함께, 크게 부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땅도 사고 집도 지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서울에서 살던 한 가정이 연결되었고 내가 살던 집 바로 옆의 땅을 사서 목조주택을 지었다. 이후에도 두 가정이 더 연결되었다. 그런데 그 무렵, 전혀 예상치 못하게 제주도 이주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덩달아 제주도 땅값이 급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자 했던 곳과 주변 땅값이 더는 저렴하지 않게 되었다.


갑자기 불어 닥친 제주도 이주 열풍은 줄곧 제주도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낯설었다. 역사적으로도 제주도(당시 탐라국)가 고려에 편입되어 한반도 국가에 속한 이후 제주도는 줄곧 유배지였으며, 해방 이후에는 제주4.3을 겪으며 고통과 비극의 땅이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제주도에 살고 싶어서 이주해오는 현상을 볼 수 없었다. 실제 통계자료를 살펴봐도 제주도는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례없이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흥미롭게도 이주민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협재리에서 신앙공동체를 이뤄가면서 마을 청년회장도 맡았다. 그러다보니 이주민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 대부분은 대도시 생활을 벗어나 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제주도에 와보니 서울에서 누리던 생활들이 너무 없어서 불편하다고 했고, 제주도에도 서울에서 누리던 문화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주도는 제주 시내를 중심으로 정치·행정적인 면에서 수도권에서 이주해온 이들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외곽지역에 살면서 자주 제주 시내를 다니는 이주민들은 제주 시내에서 점점 서울이 느껴진다며 좋아했다. 서울 대도시의 팍팍함에서 떠나고자 외곽의 한적한 시골로 이사했지만, 그들은 제주도에서 서울을 찾았고 서울을 형성해갔다. 현재 제주도에는 여기저기 우후죽순 타운하우스들이 건설되고 있다. 시내와 외곽을 가리지 않고 땅값이 서울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제주도 평균임금 수준은 여전히 전국 꼴찌인데, 서울 수준의 집값과 땅값이라니! 이건 말이 안 된다. 제주도 이주 열풍이 아니라, 제주도의 서울화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머선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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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바다를 놀이터 삼아 자라나는 아이들


서울 블랙홀


제주도에 이주해온 서울사람들이 왜 제주도에서 서울을 찾을까? 그건 바로 서울이 경제, 사회, 교육, 의료, 종교 등등의 모든 인프라를 블랙홀처럼 삼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까지 서울이 흡수하고 있냐면, 대안적 삶이나 대안 교육 관련한 인프라마저도 서울에 있다. 한 예로,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해온 어떤 가정은 서울에 있을 때부터 독일의 발도로프 교육에 대해 차근차근 교육을 받고 실제로 발도로프 교육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했다. 서울에는 발도로프 교육과 관련한 교육의 기회도 많았고 이 방식으로 교육하는 부모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어서 관심만 있으면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발도로프 교육을 대도시가 아니라 숲과 바다를 벗하여 살 수 있는 곳에서 공동체를 이뤄가며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에 제주로 이주했는데, 숲과 바다를 벗할 수는 있었지만 발도로프 교육 관련 인프라를 만나기는 힘들었다. 교육을 받거나 관련 커뮤니티를 만나려면 주기적으로 서울로 가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환경운동이나 사회변혁 관련한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실행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함께 배우면서 실천하려면 주기적으로 서울에 가야 했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카카오로 합병되기 전의 ‘Daum’이라는 IT기업은 제주실리콘밸리를 형성하고자 도전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기업의 일부 조직만 내려와 점차 확대해가다가 결국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들었지만, 역시나 가장 큰 이유는 ‘인프라’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대처하기에 제주도는 너무나 오지였던 셈이다. 의료시스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서울 기독교


그렇다면 기독교는 어떠할까? 제주도에서 신앙생활 하다 보면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가 ‘제주도의 복음화율은 5% 미만으로 언제나 전국 꼴찌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8년 전부터 불어닥친 이주 열풍으로 복음화율이 다소 올라가서 6%를 겨우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제주도는 복음의 불모지, 국내 선교지로 인식되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서울의 대형교회들의 제주도 전도여행이다. 여름만 되면 기독교 관련 문구가 적혀져 있는 단체 티셔츠를 입고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전도한다. 크고 작은 팀들이 함께 협력하자고 연락 와서 함께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의 제주도 전도여행에 관련한 간증(?)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불편했다. 그것은 바로 제주도의 낙후된 환경, 기독교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에 대한 폄하 발언들 때문이었다. 제주4.3때 영락교회를 중심으로 자행된 서북청년단의 학살을 겪은 제주도민들이 왜 기독교에 대해 무관심하고 적대적인지에 대해서는 무지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제주지역의 역사와 정신에 대해 무지한 서울 기독교는 여러 문화들을 제주 기독교 사회에 선보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제주 기독교가 그러한 서울 기독교(도시적 교회 문화)를 경험하면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서울 기독교처럼 성장하고 도시적으로 변화되기를 제주 기독교 사회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추앙’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진보적인 기독교 그룹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11년 전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 반대를 위한 행동에 함께하면서 깨달았다. 제주강정마을을 다니면서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진보적 기독교 그룹(교회, 단체, 공동체, 개인 활동가)을 만나 교제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보수적 기독교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지고 있는 내용은 달랐지만 태도는 전반적으로 비슷했다. 제주도 주민들을 진보적 가치에 무지하여 가르쳐 계몽시켜야 하는 존재로 여기며, 무식하게 정치에 무관심하다가 국가에 의해 된통 당한 존재로 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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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신교 단체가 제주 새별오름의 억새 사이에 무분별하게 남긴 상처
 


지방분권형 IVF?


그렇다면 이제, IVF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제주대IVF를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고 그 감사함이 너무 커서 졸업 이후에 간사로 9년간 사역하면서 제주IVF 대표간사까지 섬겼다. 사임 이후에는 판매업을 하면서 제주IVF 학사회장 겸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뼛속까지 IVFer이면서 제주도민이다. 이러한 내가 경험한 IVF는 서울 중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을까? 추구하는 방향은 그렇다. IVF는 중앙통제방식의 선교단체는 아니다. 지방회 IVF가 독립적으로 지방 캠퍼스 사역환경에 맞게 사역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대표간사로 섬기던 중 한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지성사회 복음화’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된 IVF가 지니고 있는 ‘지성중심적 사고방식’이었다. IVF는 타선교단체, 한국교회, 한국사회를 가리지 않고 날카롭게 지적했고, 한국복음주의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 싶어 했다. 이는 한국IVF 2020비전선언문에도 잘 나타나 있다. 많은 연구소를 두어 신학적 연구에 몰두했으며, 이 연구가 캠퍼스 사역에 적용되거나 활용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기독교에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 있는데, 지방회 중심으로 움직이던 IVF가 ‘기독교적 지성’을 연구·보급하는 중앙회 중심으로 그 축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IVF는 중앙회에서 구체적인 사역지침을 지방회로 하달하지는 않지만, 신학적 가치나 방향성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게 공유하고자 했던 것 같다. 이러한 공유를 통해 최신 신학이 보급되고, 이를 보급하는 지적능력이 탁월한 분들에 의해 지방회에서는 ‘지적 동의’가 이뤄져서 방향성 수정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각 지방회가 처한 캠퍼스 상황, 특히 학생들의 상항은 달랐다는 점이다. 캠퍼스 현장 간사들이 최신 신학을 열심히 연구하여 소화한 결과물을 적용할 방도(실제적으로 사역에 적용)가 마땅치 않았다. 또한 지방회별로 간사들의 학력 수준이나 습득력의 편차가 점차 커졌고, IVF의 ‘브레인’ 인프라는 서울 수도권에 집중되어 갔다.


우리들의 블루스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가 화제였다. 제주도가 전면적으로 배경으로 등장한 드라마다. 게다가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였고 전달하는 이야기도 너무 좋았다. 자막처리까지 하면서 배우들이 알아듣기 힘든 제주어를 선보였다. 제주도민으로서 다양한 느낌과 감정이 오갔다. 나는 어떤 한 지역의 언어와 문화가 전국적으로 공유되는 일이 드라마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은 노른자, 경기도는 흰자, 그외 지역은 아무것도 아닌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 서울경기권 외의 지역에도 사람들이 이미 살고 있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평생 서울에서만 살다가 제주로 이주한 이웃의 말이 기억난다. “나는 서울을 벗어나 살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어. 한 번도 서울을 떠나 살아볼 생각을 못 했거든. 그런데 여기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더라.” 그렇다. 제주도 같은 섬 나라에도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다.


현재 대구, 부산, 광주 같은 큰 도시에서도 수도권으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을 정도로 서울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심각하다. 나는 하나님이 바벨 시티를 흩으셨듯이 서울수도권 사람들을 좀 흩으셨으면 좋겠다. 특히 예수정신으로 살아가려는 깨어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적극적으로 서울수도권을 탈출하여 디아스포라 성도로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살고 있는 나와 같은 그리스도인들도 서울수도권 중심적 사고방식의 포로에서 해방되어 적극적으로 내가 살아가는 지역에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춰보자.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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