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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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11-02 조회1,734회 댓글0건

[소리정음]
'제로웨이스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기 [지구를 위한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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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1 다섯 번째 소리 10+11호(통권258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지구를 위한 마지막 기회]


 지구를 위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실천 _ 김유미

 '제로웨이스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기 _ 김한샘 

▷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 _ 김현아 

▷ 번영을 위한 정치인가? 생명을 위한 정치인가? _ 박제민 

▷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_ 강원중 








'제로웨이스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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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샘 (서울여대05)

하고픈 것 많고 일 벌이기 좋아하는 ENFP인 탓(?)에, 본캐와 부캐 사이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아들 둘 엄마이자, 어학당 한국어 쌤이자, 제로웨이스트 샵 <지구랑 가게> 대표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거의 대세가 된 시기에, 동네 한쪽에 덜컥 ‘제로웨이스트 샵’이라 불리는 가게를 열었습니다. ‘환경’이라는 키워드는 언제 저의 마음에 들어왔을까요? 2009년 대학교 4학년 때 후배들과 함께했던 이슈파이팅에서, 학우들에게 이면지 노트를 만들어서 나누어주고 분리수거 퀴즈를 함께 풀던 그때였을까요? 아니면 2014년 결혼식 초대장을 콩기름 잉크로 인쇄했던 그때부터였을까요? 아니면 2016년 재정적인 이유로 면생리대를 쓰기 시작했던 그때부터였을까요? 오래전부터 제 마음 한구석에는 환경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로웨이스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큰아이가 세 돌이 다 되어가고 뱃속에서 둘째 아이가 자라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가 코를 찔러서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이의 사진을 보았고, 연일 빙하가 녹는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2050년쯤에 이 지구는 사람이 거주하기에 불가능한 곳이 될 것이라는 글을 접했고요.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쯤 되었을 때 이 땅에서 과연 제대로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절실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생존할 수 있는 지구를 만들어 남겨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후로 저는 열심히 천 기저귀를 사용하고, 주방과 욕실의 액체 세제를 모두 비누로 바꾸는 등,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 혼자서 열심히 실천하고 있었는데, 그 무렵 제로웨이스트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세제를 리필해주는 <알맹상점>이라는 곳이 망원동에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곳은 우리 집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서 날을 잡아 방문을 해보았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저에게 그곳은 정말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각종 친환경 생활용품들이 그득했고, 다들 통을 가져와서 세제를 리필해가는 모습에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이렇게 세제를 리필할 수 있고 우유팩, 멸균팩, 플라스틱 뚜껑 등의 자원을 수거해서 순환시킬 수 있는 가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해서 정신없이 바쁘던 때였기에 저는 제가 직접 가게를 차릴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누군가 이런 좋은 가게를 우리 동네에 차려주길 바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지역에는 도무지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동네를 지나다니며 빈 가게들을 보면서 저 혼자 ‘누가 저기에 제로웨이스트 샵 좀 차려주면 좋겠다’하고 생각만 했죠. 그러다가 어느새 ‘흠, 내가 저기에 차려볼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부동산에 찾아가 매물을 보다가 지금의 가게를 만나게 되어 제로웨이스트 샵을 오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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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랑 가게>에서 판매하는 다회용 물품들



4월 말에 계약하고 6월 11일에 오픈하기까지, 참 많은 고민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하는 본업도 있는 데다 두 아이의 육아까지,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너무 고민이었습니다. 게다가 환경 관련 지식도 전무한 제가 이 일을 정말 잘할 수 있을지 고민되었습니다. 저는 기드온 같은 사람이라 어떤 일에 도전할 때 명확한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가게를 오픈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확신이 들 때까지 정말 많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늘 제 꿈을 지지해 주는 신랑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저의 결론은 오픈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오픈하지 않는 것이 더 편한 삶이기 때문이죠. 


그러한 결론을 가지고 신랑과 대화를 하는데, 그가 “편하게 사는 게 삶의 목표인가? 사명 따라 사는 거지”라는 말을 하더군요. 뼈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동네에 작은 제로웨이스트 샵을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 땅을 회복해가고자 하는 그 마음은 분명 하나님이 주신 것 같은데, 저는 두려운 마음에 계속 회피하려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고민하던 중, 주일 설교 말씀 중에 “보잘 것없는 우리에게 임하셔서 성령과 동행하게 하시고 일상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살아내게 하신다”는 말씀을 들으며 마음에 확신이 생겼고, 기드온 같은 저에게 다양한 채널(갑자기 읽은 책, 즐겨보는 예능, 드라마 대사 등)을 통해 자꾸만 도전하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자!’, ‘망해도 좋으니 한번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어릴 적부터 쭉 살아온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학교 근처에 우리 동네 제로웨이스트 샵 <지구랑 가게>를 오픈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해본 적 없는, 정말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이었기 때문에 뭐든(연애, 운동, 영어 등) 먼저 책으로 배워야 하는 저는 창업에 관한 책을 골라 줄을 쳐가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저 자신은 매우 서툰 사람이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고 셀프인테리어를 진행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간판을 다는, 이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진행 과정을 보며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이 사업이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또한, 제가 속한 교회의 가정교회 공동체가 다 같이 나서서 오픈 준비를 도와주었습니다. 함께 페인트칠도 하고 청소도 하고 선반도 설치하며, 시간 날 때마다 달려와서 함께 해준 우리 공동체 식구들 덕에 수월하게 가게의 터를 닦을 수 있었고 오픈까지 무사히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 제로웨이스트 샵인 <지구랑 가게>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등을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생활용품 및 다회용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분해되는 데에 약 500년이 걸린다는 플라스틱을 대신해, 대나무 칫솔처럼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의 물건들을 판매합니다. 또한 설거지를 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 일반 수세미 대신 수세미 열매로 만든 천연 수세미, 삼베 수세미, 돈모 수세미 등을 판매합니다. 그리고 주방 세제를 대신하고 있는 설거지 비누가 있고 샴푸, 바디워시, 클렌징폼을 대체할 각종 고체 비누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체 비누를 사용하게 되면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액체화시키는 화학 공정을 줄임으로써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면생리대, 천기저귀, 다회용 빨대(스텐, 유리, 실리콘) 등의 각종 다회용품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나뭇가지로 만든 볼펜, 재생지로 만든 연필, 플라스틱을 녹여서 새로 만든 독서링 등 업사이클링 물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주방세제, 세탁세제, 베이킹소다, 과탄산, 구연산 등을 용기에 담아서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제로웨이스트 샵을 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리필 스테이션이었는데, 이것을 통해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만큼만 구매해 갈 수 있어서 가게를 찾아 주시는 분들이 즐겁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6월 한 달간 저희 가게에서는 약 21,075g의 리필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을 보통 사용하는 500ml짜리 세제 통으로 환산하여 나누어 봤더니 대략 42개의 플라스틱 세제 통을 안 쓴 셈이 되어서 참 뿌듯했습니다. 용기를 가져와서 세제를 리필해가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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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랑 가게>의 리필 스테이션



세 번째로 하는 일은 바로 ‘자원의 순환’입니다. 자원을 수거해서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되도록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저희 가게에서 수거하고 있는 것은 우유팩, 멸균팩(안에 은박이 있는 종이팩), PP나 HDPE 재질의 플라스틱 뚜껑, 헌 크레파스, 뚜껑 있는 유리병, 종이가방 등이 있습니다. 우유팩과 멸균팩은 매우 귀한 자원인데 종이류에 같이 버리게 되면 그 가치만큼 재활용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꼭 따로 수거하여 재활용을 해야 합니다. 우유팩은 휴지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이고 멸균팩은 파이프와 휴지를 만들 수 있는 자원입니다. 요즘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도 종이팩류를 따로 모으는 곳도 많다고 하니 꼭 분리수거를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멸균팩의 경우 그렇게 따로 모으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모아서 집 근처 한살림이나 가까운 제로웨이스트 샵에 갖다 주시면 효과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플라스틱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으나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작은 플라스틱 뚜껑들은 PP 재질과 HDPE 재질만 따로 모아서 플라스틱 방앗간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이 뚜껑들을 치약짜개나 카라비너(다양한 고리의 총칭), 비누 받침 등의 생활용품으로 재탄생시킵니다. 헌 크레파스 역시 모아서 ‘쓸킷’이라는 곳에 보내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크레파스로 재탄생 시킬 수 있습니다. 유리병과 종이가방은 저희 가게에서 세제를 리필할 때와 구매한 물건을 담아갈 곳이 없는 손님들께 빌려드리고 있습니다. 종이가방의 경우 많은 양이 수거가 되고 있는데, 이것을 동네에 있는 다른 가게들과 연대하여 비닐 대신 사용 할 수 있게 연결해 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가게에서 하는 일은 환경에 대한 책을 소개하고 빌려주는 일입니다. 특히 저는 다음 세대 아이들의 환경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환경에 대해 조금만 알려줘도 금방 실천가가 됩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을 위해서라도 환경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환경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몇 권 구비해 두고, 그 책을 빌려주기도 하고 가끔 가게에 아이들이 놀러 오면 앉아서 읽게 하거나 읽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환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우리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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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팩과 멸균팩을 모아서

 



제 본업에 육아에 가게까지 운영하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지구랑 가게>는 7평 남짓한 작은 크기이지만 무려 3교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교직에 40년 계시다가 정년퇴임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시던, 그래서 이 가게를 오픈하는 것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반기셨던 저희 어머니께서 시니어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점심 이후에는 아이들 등원 전까지 제가 가게를 지키고 저녁 시간에는 평범한 회사원인 신랑이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강의를 하고 오후에는 가게를 보고 저녁에는 두 아이의 육아를 하고 육아퇴근 후에는 강의 준비를 하는 초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 가운데 감사함이 있습니다. 가게에서 세제를 리필해가고 자원을 가져오는 손님들을 보고 있자면, 제가 정말 꿈꾸던 장면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에 깊은 감격이 밀려옵니다. 또한, 오며 가며 손님들이 종종 “이런 가게를 차려주어서 정말 감사하다. 가까운 곳에 차려주셔서 고맙다. 망하지 말고 오래오래 해달라”는 말씀들을 해주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정말 이 가게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듭니다. 얼마 전에는 한 손님이 이 가게에서 구매한 면으로 된 그물주머니를 사용해서 3주 동안 비닐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셨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다시금 이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매출에 일희일비하는 소상공인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이 가게는 수익률도 매우 낮은 편이죠. 그러나 계속 꿈꿔봅니다. 이 가게를 통해 이 동네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고 함께 실천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세제를 리필해서 사용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고, 그래서 우리 가게가 우리 동네에 당연한 가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하면서 저는 더욱 긴장하며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실천가는 아닙니다. 진짜 ‘찐’으로 실천하시는 고수들에 비하면 저는 아직 초보 제로웨이스터죠. 너무 피곤할 때는 플라스틱 용기의 대향연인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하고, 분리수거 하다가 지쳐서 그냥 일반쓰레기에 버리기도 한답니다. 그래도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너무 무겁지 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실천하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낫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 세대와 이 땅을 살아갈 다음 세대들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작은 한 걸음을 내디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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