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IVF 학사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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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2-08-24 조회4,158회 댓글0건

[소리정음]
취업준비생으로의 첫걸음 [누구나 새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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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2 세 번째 소리 06+07호(통권262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누구나 새내기였다


 신입생, 지부를 개척하다 _ 구원희 

 취업준비생으로의 첫걸음 _ 오홍비

 신참 교사와 사랑으로 자라가는 교실 _ 김시원 

 신입사원 생존기 

 나의 딸 아이, 초등학교에 가다 _ 유수헌  




https://youtu.be/bkkGAR9zjYw 

취업준비생으로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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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나지 않는 공부, 또 공부
                                                                                                                                                                                               



◆ 오홍비(충남대18)

올해 2월,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하고 현재 서울에서 외교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만 하더라도 나는 모든 대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에 성공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대학을 다니면서 학교 선배들이 바로 취업을 하지 못해 졸업 유예를 하거나 동기들이 휴학하면서까지 치열하게 스펙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서 현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대한민국에 사는 대다수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 취업 준비 기간을 거친다. 그리고 이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을 사회에서는 ‘취업준비생(취준생)’이라고 일컫는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나는 현재 취준생의 삶을 살고 있다. 취준생의 삶을 살면서 가장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환경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외무영사직’이라는 직렬의 외교부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데, 본격적인 시험 준비를 위해 서울로 상경하여 2개월째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서울로 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학원에 다니기 위해서였다. 본가가 있는 지역에는 내가 준비하고 있는 시험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이 없기도 하고, 학원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를 위한 대부분의 기관이 서울에 몰려있어서 자연스럽게 상경하게 되었다. 취업 준비와 동시에 타향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새로운 교회를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나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굉장히 애매해졌다는 것이다. 대학을 다닐 때는 대학생이라고 신분을 밝히고 전공까지만 이야기 하면 됐는데, 지금은 어떻게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된다. 어디까지 소개하면 좋을지도 모르겠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과 상황을 밝히는 게 민망할 때도 있다. 


끝이 없는 공부, 공부! 


이런 변화들이 있는 반면에, 대학생 시절과 비교하여 큰 차이점이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여전히 나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고 해야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대학 시절의 전공과 공무원 시험 과목이 겹치면서 약간 대학교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학원 역시 원하는 강의를 직접 신청해서 들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모의고사를 본다는 점에서 대학교와 비슷한 면이 있다. 다만 대학에 다닐 때는 정해진 시험 기간에만 집중해서 공부하면 됐지만, 취준생이 된 지금은 기약이 없는 시험 기간을 반복해서 보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연 나는 이 공부를 언제까지 하게 될까?’, ‘나는 과연 시험에 붙어서 취직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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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하고 싶은 소망을 담아




신앙과 수험생활의 줄다리기 


그것과 더불어서 정말 고민이 되는 지점은 신앙 생활과 수험생활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만약 내가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면 이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모든 생활을 수험생활에 맞추어 빠른 합격을 위해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돈, 시간을 투자하면 되었을 터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살아가는 신앙인이라는 점에서 충돌과 갈등이 생긴다.  


특히 나의 경우, 기존에 참여하고 있었던 신앙 소모임이 몇 개 있어서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교회 청년부 소모임을 계속해서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다 생략하고 예배만 드리는 게 나을까?’,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신앙 모임을 줄이고 공부와 관련된 스터디를 가입해야 하나?’ 등과 같은 고민이 수험생활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들었다. 이를 놓고 기도하고 말씀도 보면서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 열심히 구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을 만나 조언을 듣기도 했다. 누군가는 내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다른 누군가는 수험기간에는 신앙생활보다 공부에 더 매진하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점점 더 나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고민 속에서 내가 신앙생활과 수험생활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예배당 안에만 하나님의 임재가 있고 예배당 밖에는 하나님의 임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취업 준비를 위한 공부는 신앙, 하나님과 무관한 일이고 교회에 관련된 봉사나 예배, 교제만이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성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일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후 여러 고민과 기도, 교제 속에서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안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방향이 주님께 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님 안에서 어떤 날에는 말씀을 묵상하고 교제를 나누면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어떤 날에는 그저 온종일 묵묵히 공부만 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마음을 하나님께로 향하고 그분과 동행하고 있는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하나님, 그리고 IVF라는 공동체에서 만난 하나님은 내게 어떤 행위나 결과를 요구하시는 분이 아니라 항상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셨던 분인 것 같다. 물론 내가 내린 결론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내린 결론을 통해 결과적으로 나는 행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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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보내온 응원의 편지


 

취준생에게도 위로를 주시다 


이밖에도 취준생으로 지내면서 여러가지 고민과 갈등이 생겼다가 해결되고 다시 잠잠해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중에 한 가지를 더 나누고 싶다. 어느 날, 공무원 시험 응시 요건 중의 하나인 국가공인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해 보니 점수가 합격선과 비교해 한참 모자랐다. 나름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시원치 않으니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 시험을 계속 준비해도 되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앞으로 치러야 할 시험은 이것보다 더 어려울 텐데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마치 시험 볼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렇게 시험을 망친 날, 하나님은 여러 방법을 통해 내 마음을 위로해주셨다. 


그중 한 친구가 내게 해 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나는 그날 내 하소연을 하기보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친구와 통화했다. 그런데 이야기 도중에 친구가 갑자기 자신이 자격증 시험을 응시했을 때를 이야기하면서 시험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말해 주었다. 친구는 많은 사람이 시험에 단번에 붙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차피 시험은 계속해서 응시할 수 있는 것이고 어떤 시험에 떨어져도 ‘내가 부족했구나.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지’하고 가볍게 넘어간다고 했다. 그 밖에도 친구는 결국 수없이 넘어질지라도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 승리한다고 말하면서, 자기 친오빠가 한식 자격증 시험에 10번 도전해서 마침내 10번째에 합격한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그리고 친구와 통화를 마친 후에 나는 다시금 시험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사실 그날 친구와 통화를 하기 전에 나는 친구에게 하소연할 마음도 위로받을 마음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시험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시험을 망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수치이자 또 다른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 뜻밖에 친구의 시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사정과 마음을 다 헤아리시는 하나님의 크신 위로를 경험했다. 


취업준비생의 삶, 결국 나를 빚어가는 시간들 


그렇게 나는 공부가 잘 안될 때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가도, 다시금 위로하시는 하나님과 또 같은 취업 준비 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들을 통해 새롭게 힘을 얻기도 하며 취업준비생의 생활에 적응하는 중이다. 졸업은 했으나 사회에는 아직 발을 뻗지 못한 그 과도기에 있는 취준생의 삶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취업 준비가 아무리 힘들어도 합격하면 그 모든 순간이 미화된다는 어떤 합격생의 이야기처럼 지금의 힘든 경험들도 훗날 아름답게 추억될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취준생이든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이든 하나님은 계속해서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취업을 준비하는 이 모든 순간이 마냥 고생만 하는 시기가 아니라, 도리어 나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은혜의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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