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IVF 학사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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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2-05-26 조회4,493회 댓글0건

[소리정음]
정치 참여의 한 가지 방법, 개표사무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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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2 두 번째 소리 04+05호(통권261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다


▷ 이중성을 깨닫게 해 준 나의 한 표 _ 이상엽

 이지문 중위 사건 :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의 시작 _ 윤원정 

 정치 참여의 한 가지 방법, 개표사무원 _ 고효정 

▷ 정치의 시기에 언론을 섭취하는 방법 _ 강도현 

▷ 필리핀의 선거와 그리스도인 _ 길버트 테루엘 안드레스  





정치 참여의 한 가지 방법, 개표사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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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함부 입장시 받았던 필자의 명찰
 


                                                                                                                                                                                              


◆ 고효정(순천향대14)

사랑하며 사랑받고 살고 싶은 애니어그램 8번에 MBTI는 ENFJ. 

특히 다정하고 무해한 관계를 사랑하고 추구한다. 

충남IVF 학사회 운영진으로 학사회 안에서 다양한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중이다.  





정치와 나의 상관관계


내가 처음으로 투표, 다시 말해 ‘선거’를 인지하게 된 때는 고등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위한 봉사시간을 채워야만 했는데, 친구들과 함께 2012 대통령 선거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당시 대통령 후보들이 누구였는지,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은 무엇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친구들과 같이 신청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인원수 때문에 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어린 마음에 ‘추운 겨울에 봉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대통령 선거를 12월에 했었던 게 벌써 아득하다. 


전국의 14학번은 공감할 것이다. 2월 부산의 모 대학교에서 신입생 O.T를 하다가 사고가 있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14학번은 O.T를 하지 못했다. 이후 대학에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를 준비하고 있을 4월,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전공수업 듣던 중 뒤에서 몰래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건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공교롭게도 옆에서 같이 휴대폰을 하던 친구가 단원고등학교 출신이었다. 대학생이 된 이후 ‘정치란 무엇인가’를 인식하게 된 첫 번째 계기였다.


이후 IVF에서의 활동으로 나의 신앙과 인격이 성장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기 위한 노력과 행동이 시작되었다. 그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고, 이는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나는 특히 세상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향후 직업 세계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출하길 바랐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일일 개표사무원이 되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졌고, 나는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일일 개표사무원으로 참여했다. 일일 개표사무원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애인의 부모님 덕분이었다. 애인 의 어머니는 선거철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단기로 일을 하신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까지 패스하면, 선거관리위원회 계약직 직원으로 일할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경력이 있는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경력이 한 번 쌓이면 선거철마다 일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 진다고 한다. 참고로 애인의 개표사무원 경력은 무려 5회이다. 


선관위 직원들은 선거 준비에 대한 업무를 진행하고 선거 당일 저녁에 개표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한다. 그런데 인력을 구할 때 아르바이트 채용 플랫폼에 공식적으로 공고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지인, 가족 등을 초대해서 개표사무원을 모집한다. 그러니까 선관위와 관련 없는 사람들은 사실 일일 개표사무원으로서 참여가 어렵다고 보면 된다. 어떤 프로세스로 일일 개표사무원을 채용하고 모집하는지 늘 다르고 변동이 크다고 한다.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위해서 현재도 애인의 어머니는 선관위에서 일하고 계신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도 일일 개표사무원으로 참여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일일 개표사무원을 대거 모집하지 않는다고 한다. 워낙 선거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선관위 관련 인력 및 지방자치 공무원 인력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 내가 이번 대선 개표사무원으로도 참여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꽤 만족스러운 용돈이 들어 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투입되는 인력이 굉장히 많고 노동 시간이 길지 않아서 노동비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노동 시간은 저녁 7시부터 개표가 끝날 때까지다. 끝나는 시간에 따라 지급되는 비용이 다르다. 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원으로 참여했을 때는 서울시민만 투표했던 터라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개표사무원 경력자분들이 자정이 넘어서 끝내야만 일당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하여, 다들 12시 자정을 넘겨서 끝내기 위해 천천히 개표 하셨다. 실제로 12시가 넘어서 끝나서, 약 13만 원의 일당을 한 달 이내에 받았다. 


개표는 4개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첫째, 투표함을 수령한다. 둘째, 개함부에서 접힌 투표용지를 연다. 셋째, 투표용지가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로 넘어간다. 넷째, 심사-집계부로 넘어간다. 나는 이 과정 중에서 두 번째 과정인 개함부에 소속되었다. 개함부의 업무는 간단하다. 접혀있는 투표 용지를 반듯하게 펴고, 무효표를 구분하여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로 넘기는 것이다. 개함부의 개표원들은 한 테이블에 11명씩 앉는다. 10명은 일반 개표원이고 1명은 책임자로 구성된다. 나는 개함부 7번 소속이었다. 입장하면서 본인을 확인 하고 이름표와 안내문을 받는다. 안내문에는 투표 정리의 중요성에 관한 안내가 있다. 투표지를 가지런히 정리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세 번째 과정인 투표지 분류기에서 걸리게 되고, 이로 인해 걸린 투표지를 꺼내고 다시 작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개표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개표 과정에서 세 번째 과정은 기계가 진행하기 때문에, 기계에 들어가기 전 사람의 힘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투표지 분류기계는 뉴스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투표용지가 신기하게도 후보자의 이름에 쏙쏙 알아서 들어간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르게! 뉴스에서 보던 것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한참 동안 넋 놓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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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함부에 총출동한 IVF 학사들과 그 가족들(필자는 맨 오른쪽)
 


개표사무원을 하는 우리네 이야기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늘 복잡하고 머리 아픈 업무를 하다 보면, 단순노동이 그렇게 힐링이 아닐 수 없다는 사실을. 개함부의 노동은 나에게 신나고 의미 있었던 경험이었다. 우리 테이블에 있던 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개표를 하면 더 재미있다. 나는 낯선 이와도 친밀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성향의 사람이다. 자매가 같이 오신 분들도 있었는데 자매 중 한 명이 내가 일하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해서 그 동네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부모님 또래 분들도 계셨는데 청년들이 일을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개함부 안에서 3~4시간 같이 있으며 단순노동을 하다 보니 그런 소소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사무원으로 참여한 나는, 사실 경기도민이다. 그래서 당시 선거에 대해 특별한 관심은 없었다. 나는 경기도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공약과 미래에 대한 추상적인 생각만 해왔다. 그러나 나에게도 정치성향이 있고 ‘프로 과몰입러’이다보니, 투표용지를 열면서 몇몇 후보를 응원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개표를 했던 선거가 경기도지사 혹은 대통령 선거였다면 나는 아마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초조하고 불안했을 것 같다. 개함부에 계셨던 분들이 대부분 서울시민이었는데, 속으로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들의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 들 중에 꼭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법이다. 이들을 보통 우리는 ‘별종, 또라이’ 등으로 부른다. 투표용지도 마찬가지였다. 개함부의 사무원들은 엄청난 투표용지를 분류하는데, 그 속에서도 ‘새로운 사람’ 같은 용지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는 대부분 개함부 개표사무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일들이 대다수이다. 예를 들면, 투표용지에 있는 모든 후보들에게 도장을 다 찍어놓은 것, 아니면 아무 곳에도 찍지 않고 비어 있는 공간에 찍어놓은 것, 유추할 수 없도록 경계에 찍은 것, 투표용지를 꼬깃꼬깃 접을 수 있을 때까지 접어놓은 것 등 이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나 투표하기 싫어요.’, ‘뽑을 후보 없어요.’, ‘무효표지만 투표권은 행사 해야죠’ 등, 그들의 투표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별종이기 때문이었을까.


선거 관련 노동을 찾아보시고, 해 보시길.


매년 선거철이 오면,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투표와 선거를 위해 투자된다. 내가 투표하는 한 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고,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 계기였다. 학교에서 배웠던 참정권의 중요성보다, 이렇게 내 눈으로 행동으로 직접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 큰 참정권 권리 행사의 필요성으로 다가왔다. 기회가 있다면 선거 관련 노동을 단기 일자리로 해보시면 좋겠다. 특별히 가사노동을 하시거나,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단기 노동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지자체나 선관위를 통해 일을 구하고자 두드려본다면 분명히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 시대에서 국가의 리더십이 어떤 이가 되든 세상이 크게 변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비슷비슷하거나, 괜찮거나, 아니면 촛불을 다시 들거나…. 그래도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이 정치와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속해있으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양쪽에 속한 시민으로서 삶의 균형을 맞춰가고, 대한민국 국민이자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정의를 구현하는 일상을 만들어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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