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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2-04-26 조회4,985회 댓글0건

[소리정음]
한 해를 잘 계획하는 법에 관하여 [송구영신(送舊迎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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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2 첫 번째 소리 02+03호(통권260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한 해를 잘 계획하는 법에 관하여 _ 홍헌영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통과 의례 _ 전소라

  내가 주님과, 주님이 나와 함께하는 시간 _ 김현숙

  우리 가족의 챕터캠프 _ 유지은

 코로나 시대 간사의 삶, 다시 돌아온 한 해 _ 김주완





한 해를 잘 계획하는 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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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헌영(서강대96)

‘데일카네기코리아’ 컨설팅본부 상무이사. 

기업이나 기관, 개인을 대상으로 가치를 전파하는 리더십 훈련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일과 삶을 다루는 팟캐스트 <퇴근하고 뭐할래>를 6년째 진행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탐독하고 있습니다. 




계획이 필요 없다고?


돌아보면 계획대로 된 것이 없다. 삶에서 소중한 것일수록 그러하다. 현재 직장에서 지금의 일을 하는 것, 아내와 함께 아이 둘을 키우는 것, 신앙을 가지게 된 것, 지금 사는 곳에 사는 것 등, 내 삶에서 소중한 것들의 대부분은 애초에 계획한 것이 아니다. 살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런 것이 대부분이다. “인생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로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을 뿐이다. 돌아보면 내 뜻대로, 내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루신 것이다.” 이런 간증을 듣는 것은 희귀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앙생활을 하며 듣게 되는 선배들의 이야기와 여러 설교에서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창6:5).


내가 경험한 기독교 신앙은 인간의 계획적인 삶을 그다지 지지하지 않는 것 같다. 계획을 세우고 이루고자 하는 것은 삶의 주도권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선언이며, 인본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것인 데다가, 하나님의 주인 되심과 성령의 일하심을 가로막는 것이다, 나는 이런 종류의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열심히 준비한 원고대로 설교 할 때보다, 준비가 잘되지 않은 채 강단에 올랐는데 하나님이 마음에 주시는 생각대로 설교했더니 훨씬 은혜가 크더라 하는 목사님들의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악은 인간의 촘촘한 계획 속에, 하나님의 은혜는 즉흥성과 돌발성에 존재하는 듯하다. 내일에 대한 계획 없이도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평안을 누린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높은 수준의 신앙을 가진 것만 같아 보여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하루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처리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복잡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삼시 세끼를 해먹이고 공부를 시키고 입시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나는 심각한 내적 갈등을 느낀다. 그러면서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계획이 필요 없다고?”


계획이 필요한 순간


홀로 여행을 해 본 적이 있는지? 계획 없이 훌쩍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은 꽤 낭만이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마음이 내키는 곳에서 내리고, 보고 싶은 풍경 속에 머무르다가, 예정에 없던 사람들을 만나는 즉흥적인 여행.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이런 여행에서 계획은 필요 없다. 


하지만 내가 인솔자가 되어서 가족과 부모님까지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면 어떨까? “아빠, 오늘 밤에 잠은 어디서 자요?”라는 아이의 질문에 “음,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인가가 보이는 곳에 들어가서 숙소를 잡아 보자”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행이 많으면 많을수록 문제는 더 커진다. 식사 한 끼를 해결하려고 해도 계획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여행사에 비용을 지불했는데 식사 시간이 지나서야 식당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가이드와 함께한다면, 아마도 그 여행은 완전히 망치게 될 것이다. 혼자 가는 여행에는 계획이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누군가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행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개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고 또한 그 여행에서 가장 많은 수고와 헌신을 하기 마련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고 책임은 계획을 포함한다. 


나만을 위한 삶을 살려면 무계획이라도 좋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삶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위하고 싶다면, 내가 속한 공동체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런 마음이 들 때가 바로 계획이 필요한 순간이다. 2022년 새해에는 계획적인 사람이 되어 보자.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계획이란 것이 사실 별 게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순서’가 바로 계획이다. 계획 잘 세우는 법?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순서를 정하는 것일 뿐이다. 아주 단순하다. 그런데 사실 이게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일단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욕구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니 진짜 원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고, 그 결과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결국 계획대로 성취하지 못하게 된다. 설사 그것을 이루더라도 성취감보다는 허탈함을 맛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힌트를 주는 단서가 하나 있다. 바로 욕구이다. 내 욕구에 귀를 기울여 보자. 다른 사람의 기대와 바람이 아닌, 사회적인 책임이 아닌, 트랜드나 유행이 아닌,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고, 재미가 있으며,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바로 그 행위나 상태가 무엇인지 솔직하고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보자. 배고픔은 밥을 먹으라는 힌트이다.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으니까. 결핍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 일을 하라는 사인이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에 많은 결핍을 느낀다.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올해에도 책을 50권 읽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집에서는 대화가 부족해도 여행지에서는 아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바쁜 일정과 업무적인 관계에 쉽게 지치기 때문에 편안한 관계와 자유로운 시간에 대한 결핍이 있다. 그래서 올해에도 분기에 한 번은 가족 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나는 영화나 책을 보고 내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늘 잘 받아주는 것은 아니기에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각종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하고 있던 팟캐스트를 한 시즌 더 연장하기로 계획 한다. 패널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보다 방송 녹음하는 시간에 쉬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커 진다면, 나는 미련 없이 팟캐스트 방송을 접을 것이다.


욕구에 귀 기울여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는 것이 계획의 첫 번째 단계이자 사실 전부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욕구를 죄악시하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욕구를 따라 살면 뭔가 큰 잘못을 하게 될 것처럼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사실 그게 명확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욕구에 귀 기울이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욕구를 통해 하나님이 비전을 주신다고 믿는다. 인간의 욕구가 결국 무엇인가? 관계와 인정에 대한 욕구, 성취 욕구, 원하는 이상을 실현하고 싶은 욕구,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함으로써 효능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 등이 아니겠는가? 관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우리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성취 욕구가 있기 때문에 무언가에 도전하고 진보를 이루어낸다. 


욕구는 잘못이 없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하는 것이 대개 건강에 좋다. 그리고 막상 해보면 이게 진짜 내 욕구가 맞는지 빠른 시간 안에 판가름이 난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 멋진 몸매를 만들겠다는 욕구가 진짜 나의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체로 3일만 열심히 운동해 보면 알게 된다. 땀으로 가꾼 멋진 몸매보다, 소파와 간식, 그리고 TV가 주는 안락함이 나의 더 큰 욕구였음을 깨닫는 것이다. 욕구에 귀 기울이기, 일단 해 보기, 진짜 내 욕구가 맞는지 검증하기. 이 3단계의 반복을 통해 올해에는 내가 진짜 해 보고 싶은 것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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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계획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필자
 


계획의 효능


그래도 의심이 든다. 결국 나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하는 게 계획인가? 그렇다면 계획이 곧 책임감과 리더십이라는 앞의 말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순서’가 계획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삶은 하고 싶은 것만 있고 그것을 하는 순서가 없는 것에 서 비롯된다. 관계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하자. 아무 계획 없이 바로 들이대 버리면 상대방에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계획은 바람직한 결과의 설정, 현재 상황 분석, 실행 단계 수립, 자원과 위험 분석, 그리고 실행 점검 등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순서에 따라서 그 사람과 친해지기에 대한 계획을 세워 보자. 내가 바라는 관계의 상태를 간단히 묘사해 보고, 현재 어느 정도 친한지 현재 상태를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함께 해야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사람들의 조언도 듣고, 그리고 내가 상대방에게 해 줄 수 있는 자원을 점검하고, 섣불리 다가갔을 때나 상대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의 위험까지 분석해 본다면? 과연 상대를 무례하게 대할 수 있을까?


다소 과장되게 이야기했지만, 결국 계획이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순서를 정하는 일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시간이 걸린다. 독서, 여행, 자기계발, 사업, 이직, 이 모든 일의 계획에 있어 어떤 순서로 얼마나 시간을 들일지를 정하면 훌륭한 새해 계획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사람은 책임감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계획의 효능은 그것을 이루는 데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실행하면 그 계획은 성공이고, 계획대로 안 되면 그 계획은 실패일까? 결코, 아니다. 우리 삶은 대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계획의 효능은 무엇인가? 계획은 우리 삶에 설렘을 가져다준다. 그것이 계획의 가장 큰 효능이다. 여행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시작이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길을 가다 보면 원래 계획과는 다른 길을 만나게 된다. 그 길로 접어들면 예상치 못한 다른 경험과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것에 맞게 계획을 수정하면 된다.


하나님은 인생이라는 놀이터에 우리를 풀어놓으셨다. 그리고 묻는다. “그네부터 탈래? 공놀이부터 할래? 뭐부터 해 볼래?” 그럴 때 우리가 이렇게 대답한다면? “저는 타고 싶은 게 없어요. 저는 잘 모르니까 시키시는 것 할게요.” 아, 내가 하나님이라면 이건 정말 안타까울 것 같다. “그네가 너무 타고 싶어요”라고 느끼는 욕구. 그래서 “저거 타 볼래요”라는 계획을 세우고 달려갈 때 느끼는 설렘. 그런데 그네 타러 가는 길에 공이 보여서 공놀이를 한참 재미있게 하는 것. 이렇게 신나게 놀이터를 돌아다니게 만드는 힘. 그것이 계획이다. 2022년에는 정말 무엇부터 하고 싶은지 계획을 한번 세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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