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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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2-01-17 조회6,219회 댓글0건

[소리정음]
가족을 살리는 나음누리 공동체 [체험 삶의 현장Ⅷ : 나음누리 학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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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2 여섯 번째 소리 12+01호(통권259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체험, 삶의 현장 Ⅷ]

- 나음누리 학사회 -


 내게 찾아와 삶이 되어준 나음누리 _ 강애림

▷ 나에게 '나음누리 서울대병원 지역모임'이란? _ 한혜주 

 가족을 살리는 나음누리 공동체 _ 송원정 

▷ 나음누리 수련회의 어제와 오늘 _ 강의혁 

▷ 나음누리의 역사와 사역을 돌아보며 _ 정성구 






가족을 살리는 나음누리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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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매같은 수원용인화성 나음누리 자매모임 (필자는 맨 왼쪽)

 
                                                                                                                                                                                             


◆ 송원정

고신대 회화과 02학번으로, IVF 출신은 아니지만 

남편의 직장 상사인 김형규 학사님을 통해 나음누리에 초대받아 6년째 나음누리er로 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용인·화성 지역’(이하 수용화) 나음누리에 속한 송원정입니다. 남편은 의료인인데요, 나음누리에는 의료인뿐 아니라 의료인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편의 직장상사를 통해 소개받은 곳이라 솔직히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첫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다른 공동체에서는 ‘의료인의 고민’이라 하면 배부른 고민으로 치부 받았던 것을 따뜻한 공감으로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에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직업군으로 공통된 어려움을 나누면서, 아내들의 노고에 대한 깊은 공감이 있는 공동체였습니다.


수용화 나음누리, 어떤 공동체인가요?


수용화는 ‘기도 나눔 공동체’입니다. 매일 돌아가며 릴레이 기도를 합니다. 기도지기 멤버가 순서가 된 가정을 공지하면, 순서가 된 가정의 멤버가 기도제목을 올려 함께 기도합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가정마다 위기를 은혜로 바꿔주시는 모습을 보고, 서로의 근황과 고민을 알고 자녀들에 대한 기도도 함께 하다 보니, 저는 지금 나음누리 지체들의 자녀가 조카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각 가정의 고민은 그 가정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의 고민과 기도제목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를 돌보시는 백성대 간사님이 잠을 잘 이루지 못하십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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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면 잘 노는 수용화 나음누리 공동체


수용화는 ‘모이면 잘 노는 공동체’입니다. 지정해서 나누어주는 역할이 없이도 자원해가며 모여서 세대를 막론하고 잘 어울려 노는 공동체입니다. 코로나 전에는 여름 MT를 함께 다녀오기도 했고, 연말에 전체가 모여서 레크레이션과 보드게임, 바비큐 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음누리에는 모이기를 기다리는 애틋함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치열하게 환자를 보다가 지친 모습을 많이 보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새벽까지도 게임을 합니다. 왕과 거지를 뽑아가며 계급을 정하는 게임이나, 단어를 그림으로만 옆 사람에게 설명하는 게임을 하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멤버들의 재치에 웃음 핵폭탄이 투하되는 배꼽잡는 시간을 보냅니다.


현재 모이고 있는 수용화 구성원을 소개합니다 (존칭 생략). 모두를 돌보시는 대표간사 백성대· 최태숙 가정, 정성구·윤정은 가정, 송재현·김은지 가정, 김형규·김에스더 가정, 문종환·곽세현 가정, 강신구·백지은 가정, 위성현·하승미 가정, 박인성·윤지해 가정, 홍순학·이효정 가정, 최충정·김혜련 가정, 박휘권·이세련 가정, 그리고 저희 가정인 이인화·송원정 가정, 이렇게 총 12가정입니다. 다른 지역 모임에 비해 ‘가정’으로 모이는 사람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수용화는 2조로 나눠서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수용화 나음누리, 함께 모이는 자매들이 있습니다. 


낮에는 ‘자매모임’을 합니다. 직장인 여성들을 제외하고 한 가정에 모여서 말씀도 나누고 삶도 나누고 수다도 나눕니다. 이 모임에서 책 나눔도 하고 말씀 나눔도 하는데, 함께 적용해가며 잘 살아가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매들끼리만 모이면 남편에게는 말하지 못했거나 참았던 감정과 말을 나누기에 편할 때가 많습니다.


자매들끼리의 사모임도 있는데요. 용인과 동백 주변에 살거나, 시간이 되는 자매들끼리 올해 4월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우울 퇴치용으로 등산을 하고 있습니다. 일명 ‘동백 트레킹 클럽’인데요. 일주일에 한 번 공원을 산책하며 걷거나 등산을 합니다. 필요한 장비를 공구하기도 하는 등 단톡방에서는 쉬지 않고 여러 의견이 오갑니다. 주로 석성산이나 광교산을 등반합니다. 처음엔 왕복 4km에서 6km 정도의 거리를 네 발로 3시간 가까이 걷다가 이제는 두 발로 2시간 안에 걸어 다니게 되었습니다. 비가 올 때는 비옷 입고 광교 호수공원도 걷는 열정을 내보기도 합니다. 등산의 장점은 목표에 도달했고, 건강을 위해 무엇인가를 했고, 시간을 건강하게 보냈다는 성취감과 보람입니다. 정상에 도달해서 삶은 달걀을 먹고 텀블러에 담아온 커피를 마시고 인증 사진을 찍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산 내음과 바람을 즐기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오기도 하고 올라가는 중에도 수다, 수다가 끊이지 않는 시간. 참 좋습니다. 요즘은 좀 뜸하긴 하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또 오를 계획으로 날짜를 맞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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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멈추지 않는 우리의 모임 (필자는 가운데)
 


운동을 하다 보니 관계는 좋아지는데, 영적인 목마름을 호소하게 되더군요. 이후로는 함께 큐티와 성경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장문으로 깊이 나누지는 못하지만, 서로 독려하며 습관을 들여가 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 감사합니다. 성실히 해나 가는 멤버들이 대단하기도 합니다.


나음누리 자매모임은 정말로 친자매 같습니다. 현실적인 고민과 필요한 정보도 함께 나누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아이들을 서로 맡아서 돌봐주고, 반찬도 만들어서 나눠 먹는 등 가까이 지내며 서로 의지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번은 나음누리 자매님들에게 “나에게 나음누리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자매님들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 맘속 간지러운 그곳을 먼저 긁어 주는 은혜의 공동체", “친정언니 같은 나음누리”, “남편 욕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공동체(속해 있는 남편의 아내들이 성숙함을 인정하고 성품을 신뢰함에서 비롯된 허용)”, “남편보다 더 내 편”, “내일을 향한 불안과 어제의 우울을 떨치고 오늘의 은혜에 감사 할 수 있게 하는 곳.” 저는 나음누리 공동체가 의료인의 모임이라고 해서, 똑똑하고 세상적인 스펙이 남다른 사람들이 뭉친, 우리끼리 더 잘 사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씩 더 예수님 성품을 닮아 가는 공동체 되기를 바랍니다. 혼자는 어렵겠지만 공동체와 함께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수용화 나음누리, 저에게는 이런 곳입니다.


나음누리er로서 잃지 않았으면 하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롬 12:15). 크리스천 공동체에서 멘토링을 받을 때는 고민을 들려드리면 정답을 말씀해주실 때가 많습니다. 그 사람의 아픔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정도를 이야기할 때가 많은데, 나음누리는 더 아픈 사람, 연약한 사람을 겸손히 대합니다. 그 연약하고 아픈 사람이 회복 되고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주면서 함께 기뻐해주고 울어주고 같이 욕도 해주며, 연약한 사람이 세워질 때까지 그 시간을 같이 가주는 모임. 저 역시 그런 위로를 받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경상도에서 오래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를 왔습니다. 시댁에 대한 쓴 뿌리와 상처가 많았습니다. 의료인인 남편은 수련 기간에 집에 거의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에 매주 혼자서 아이를 양육 했으며, 혼자서 시댁 교회를 4년 동안 다녔습니다. 신앙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영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매우 처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원에 오기까지 남편과의 관계가 굉장히 나빴고, 이러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음누리를 만나고 나음누리 안에서 이런 마음을 나누었을 때, 누구도 저에게 “네가 잘못했다. 네가 의료인인 남편을 더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힘들었겠다. 너무 고생했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떤 공동체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위로에 받아들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점점 마음의 상처들이 싸매어져 갔습니다. 현재는 남편과의 관계도 회복 되고 집안 분위기도 밝아졌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정에 문제는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느껴지고 닥쳐온 문제 앞에서 흔들리고 고민하고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싸워서 해결하기보다는 진솔한 감정으로 이야기를 시도합니다. 이것은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부부 모두가 변화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나음누리에서는 현실적인 나눔도 많이 합니다. 부부 싸움을 한 이야기라든가, 자녀와 싸운 이야기도 서슴없이 나눕니다. 서로가 서로의 허물을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해주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담을 쌓고 있어 말이 안 통한다. 천국 가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겠다”라고 말한 부부도 있었지만, 모임에서 나누고 위로를 받으면서 점차 해결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나음누리는 저희 가정의 평화에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약함 앞에 겸손할 줄 아는 나음누리. 나음누리가 제 곁에 가까이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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