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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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2-01-17 조회5,740회 댓글0건

[소리정음]
나에게 '나음누리 서울대병원 지역모임'이란? [체험 삶의 현장Ⅷ : 나음누리 학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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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2 여섯 번째 소리 12+01호(통권259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체험, 삶의 현장 Ⅷ]

- 나음누리 학사회 -


 내게 찾아와 삶이 되어준 나음누리 _ 강애림

▶ 나에게 '나음누리 서울대병원 지역모임'이란? _ 한혜주 

▷ 가족을 살리는 나음누리 공동체 _ 송원정 

▷ 나음누리 수련회의 어제와 오늘 _ 강의혁 

▷ 나음누리의 역사와 사역을 돌아보며 _ 정성구 






나에게 '나음누리 서울대병원 지역모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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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어준 서울대병원 나음누리 공동체와 함께 (필자는 왼 쪽에서 세 번째)

 
                                                                                                                                                                                             


◆ 한혜주 (한림대14)

한림대 간호학과를 나와 현재는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병동에서 4년차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생 때 강원IVF에서 훈련을 받았고, 캄보디아 의료선교를 통해 나음누리 공동체를 만났습니다.  



나에게 찾아와준 서울대병원 지역 모임 


안녕하세요. 저는 지면을 통해 신규 간호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선물같이 느껴진 ‘나음누리 서울대병원 지역 모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서울대병원 지역모임’은 서울 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혹은 잠깐이나마 근무했던 IVF 의료인들과 나음누리 간사님이 매달 한 번씩 모여서 말씀과 삶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나음누리에는 여러 지역 모임이 있습니다. 다른 지역 모임과 비슷할 수도 있는데, 저희 모임에서 는 매달 초가 다가오면 리더가 날짜 투표를 올립니다. 3교대하는 간호사들이 많아서 각자 자기 근무표를 확인하고, 이브닝이 없는 날들을 추려서 다수결 투표로 모임 날짜를 정합니다. 정해진 날에 모두 모이면 찬양을 하고 간사님이 준비하신 말씀을 듣습니다. 그후 구성원 각자가 돌아가면서 말씀을 통해 느낀 점과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를 한 뒤 모임을 마칩니다. 한 달에 짧으면 두 시간, 길면 세 시간 정도까지 모임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을 때는 같이 맛있는 저녁도 먹고 카페에 가서 모임을 했습니다. 작년에 잠깐 규제가 풀렸을 때 한두 번 정도 만나고 나서 다시 줌모임으로 돌아 왔는데,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줌모임을 하면 함께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못하는 점은 너무 아쉽지만,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카페에서 모 이기에 막 소리 내어 기도하고 크게 찬양하기가 어려운데 온라인에서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예배드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3년 전, 이맘때쯤 간사님의 권유로 모임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에게 일터에서 함께 신앙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너무나 필요했기에 주님이 인도해주신 것 같습니다. 일반 병동에서 3교대의 불규칙한 일정으로 일하다 보니, 특히 신규 때는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니던 교회의 대학부 공동체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나름 교회에서 이것저것 잘 참가하고 훈련받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나음누리가 찾아왔습니다. 신규 간호사 2개월 차부터 모임을 함께했는데,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니 18년도 12월 29일에 첫모임을 가졌네요. 솔직히 초반에는 저질 체력으로 일에 적응하느라 안 그래도 힘든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내서 밥 먹고 하는 일이 설렘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리더 학사님과 간사님이 열심을 내어 날짜를 잡고 모임을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동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충분히 나 자신을 돌볼 만한 여유도 없었습니다. ‘원래 신규는 이런 거야’라며 스스로 납득하려고 애쓰던 때였습니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와중에, 모임에 가서 간사님의 말씀을 듣고 삶을 나눌 때면 잠시나마 저의 현재 상태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이 저에게 주시는 마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먼저 그 길을 걸어오신 학사님들이 계셨기에 제가 고민을 조금만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찐’ 공감을 해주셨는데, 그때마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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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모인 서울대병원 나음누리 공동체 (필자는 오른쪽에서 세 번째)


우여곡절 속에 근무하는 3교대 간호사


3교대의 간호사로 일을 하다 보면 두 가지 큰 어려움을 만납니다. 첫 번째는 해결된 어려움이고, 두 번째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한 신규 간호사로서의 어려움입니다. 일이 서툴러 시간 내에 다 할 수 없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싶은데 다른 직원들도 너무 바빠서 물어보지 못하고, 인계할 시간이 다가오면 다음 선생님께 일명 ‘똥을 주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결국 병동에서 내 존재 자체가 민폐이자 죄송스러운 일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가끔 기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막막할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께 의지 할 수밖에 없는 기도가 절로 나오는 시절이었습니다. 너무나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과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그리스도인 간호사로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입니다. 임상간호사는 다양한 사람들(전공의, 간호조무사, 환경관리원, 임상병리사, 약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환자, 보호자, 교수 등)을 매번 마주합니다. 게다가 불규칙한 근무시간, 긴장감 있는 업무 스트레스로 항상 예민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주어진 일을 다 끝내지 못했을 경우(실력 부족이 아니라 상황에 의해 못 끝냈을지라도), 그 업무를 ‘내 일의 나’에게 맡길 수 없고, 다음 근무자에게 넘겨야 하는 3교대의 구조가 타 직종과는 확연히 다른 점입니다. 그래서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변수가 생기거나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 갈 때, 병원의 인력 구조를 탓하고, 타인을 탓하고 뒷담화를 하게 됩니다. ‘불평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난 주님의 자녀니까 입 밖으로 욕하진 말아야지, 인내하며 기도해야지’라고 출근 전에 매번 다짐합니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다른 동료간호사들과 함께 어느새 뒷담화에 동참하고 있는 제 모습을 마주합니다. 그 자리에서 뒷담화에 동참하지 않고 혼자 선함을 뿜어내기에는 동료들이 저를 가식적으로 생각할 것 같고, 결국에는 나를 무시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는 주님의 말씀을 지켜내기가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말과 혀로만 사랑하는 것도 벅찬 제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이런 나를 포기하시지 않는 주님께 감사하는,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이 공존합니다. 이런 현재진행형 고민을 나음누리 선배 학사님께 나누었습니다. 학사님도 같은 경험을 털어놓으시며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비록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같이 욕하지 않고 그 자리를 피하면 저를 이상하다고 여기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선이 쌓이고 쌓여 악이 범접할 수 없는 선이 되면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령님의 도우심이 너무나도 필요하고, 제가 주님께 정말 꼭 붙어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눈앞에 간절한 상황이 없으면 주님보다도 스마트폰을 먼저 찾는 저에게 주님과의 교제 시간을 확보하는 것 또한 혼자서는 역부족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이 저에게 나음누리 지역 모임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끔 인도해주셨다고 믿습니다. 매달 간사님의 말씀을 통해 제가 일 터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주의 일을 해야 하는 지, 삶 속에서 주님과의 교제 시간이 얼마나 중요 한지 반복해서 강조해주셨습니다. 한번은 나눔 시간에 제가 연약한 제 모습을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어 스마트폰을 이용한 유튜브나 인터넷 쇼핑에는 너무나도 쉽게 익숙해졌으면서, 진정 사모해야 할 기도의 자리에 나아가거나 성경책을 피는 것에는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었지만, “나도 그래~” 라며 공감해주시는 학사님들 덕분에 ‘나만 넘어지는 게 아니구나!’ 하며 인간미 있는 공동체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습니다. 한편, 그 바쁜 와중에 열심을 내어 주님의 일을 찾아서 하는 학사님의 나눔을 들을 때면 도전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몇몇 학사님이 주변에 믿지 않는 동료가 학사님의 영향을 받아(모든 것은 주님이 인도하시지만) 교회에 나오게 되거나, 하나님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나누어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면서 저에게 선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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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가 되어 줌으로 모인 공동체 (필자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지역 모임의 ‘찡찡이’


나음누리 지역 모임을 되돌아보면, 그곳에 갈 때마다 제가 ‘찡찡이’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신규시절에는 “힘들다, 두렵다, 걱정된다, 혼났다, 그만두고 싶다” 등등, 신규 간호사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꼈을 온갖 감정들로 인해 찡찡댔습니다. 매번 삶 나눔을 할 때마다 눈물이 났습니다. 그 시절이 지나면 저의 찡찡이 역할이 끝날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저는 지금까지도 찡찡이입니다. 모임에 참여하기 전 “아, 오늘은 진짜 찡찡대지 말아야지, 나만 힘드냐, 다들 힘드신데” 라고 결심을 하는데도 또 고민을 얘기하게 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27살이나 됐는데도 불구하고 모임에서는 여전히 막내라서 그런 것 같고, 두 번째는 이곳이 정말 저에게 힘이 되고 저의 약한 모습까지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서로의 일상을 나누면서 보잘것없는 제 신앙상태와 죄성과 고민을 털어놓기에 이 공동체 나음누리는 충분히 믿을 만한 곳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세상 유혹 시험에 많이 흔들리지만, 기도와 말씀의 자리에 나아가려고 몸부림치니 주님과의 교제 시간이 이전보다는 늘어나고 있음에, 그리고 그 과정에 나음누리 모임을 통해 성령님이 일하고 계심에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주님이 우리의 마음을 주님께 기울이게 하셔서, 주님이 지시하신 그 길을 걷게 하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 세상의 모든 백성이, 주님만이 하나님이시고 다른 신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열왕기상 8장에 나오는 ‘솔로몬의 기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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