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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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11-05 조회6,353회 댓글0건

[소리정음]
번영을 위한 정치인가? 생명을 위한 정치인가? [지구를 위한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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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21 다섯 번째 소리 10+11호(통권258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지구를 위한 마지막 기회]


 지구를 위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실천 _ 김유미

 '제로웨이스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기 _ 김한샘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 _ 김현아 

 번영을 위한 정치인가? 생명을 위한 정치인가? _ 박제민 

▷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_ 강원중 








번영을 위한 정치인가? 생명을 위한 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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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의회 녹색당 사무실을 방문했던 날 

 
                                                                                                                                                                                             


◆ 박제민 (녹색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그리스도인이고 녹색당원입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규칙을 바꾸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유 없이, 정치에 관심!


언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종종 질문을 받습니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어릴 때부터 조간신문, 그중에서도 1·2·3면에 있던 정치 기사를 아주 재밌게 읽었던 기억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정치인들의 이름과 중요한 사건들을 줄줄 알고 있어서 어른들이 신기해하고 또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도 납니다. 왜, 어린이는 정치에 관심 가지면 안 되나요?


‘언제부터’에 대한 물음은 자주 ‘왜’로 연결됩니다. 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이유가 없어요. 정치에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갔고 또 재밌었습니다. 실은 누구나 모두,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고 관심이 가고 그래서 꾸준히 하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저에게는 정치가 그랬습니다. 


어쩌다 대학이란 곳에 가게 되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정치학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관심을 가진 정치를 공부하면 재밌고, 또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웬걸! 아니었습니다. 학문으로 접하는 정치(정치학)는 처음 에는 매우 낯설고 어려워서 아주 고생했어요


‘녹색당’이 있다고?


당시에 제가 다닌 학교는 1학년 1학기 수업시간표를 강제로 짜주고 수업을 듣게 했습니다. 신입 생이라 어수룩해서 뭣도 모르고 당했는데, 생각 할수록 황당하고 분한 일입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그래도 완전 최악은 아니었던 것이, 그렇게 강제로 듣게 된 수업에서 녹색당을 알게 된 것이죠.


‘독일 정치와 사회’라는 수업이었는데, 거기서 녹색당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어요. 독일에 녹색당이란 정당이 있다는 겁니다. 첫 느낌은 ‘정당 이름이 무슨 색깔이야? 웃기네!’였습니다. 그런데 녹색당의 역사와 활동을 알수록, 마치 더운 여름에 시원한 냉수 한 그릇을 받아 마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지구별의 약 100여 개 나라에 녹색당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활발한 곳이 독일 녹색당입니다. 1986년 체르노빌 핵 사고에 충격을 받은 독일 시민들이 독일 녹색당을 만들었습니다. 자그마한 실수만 범해도 지구별을 멸망시킬 수 있는 핵 발 전에 반대하고, 필요를 훌쩍 넘어 탐욕을 채우는 개발에 반대하며, 세상 골골샅샅에 있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정치의 목적을 두는 정당이라고 하더군요. 아주 인상적이었죠. 이상(異常)한 이름을 가진 웃긴 정당이 아니라, 이상(理想)에 가까운 활동을 하는 맘에 드는 정당이었지요.


한국에도 녹색당이 생긴다!


정치를 공부하며 깨달은 것은, 세상 사람들이 골고루 행복하게 살려면 노동조합과 정당이 사회에 단단하게 뿌리내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노동 조합! 정당! 그러면 우리는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 하는 것은 하나의 연구 주제가 될 만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부러워하는,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는 모두 노동조합과 정당이 사회에 단단하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노동조합이나 정당에 가입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정치 꿈나무’로서 정당에 꼭 가입하고 싶었기 때문에 여러 정당들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강령(기본 입장)·당 헌(당의 헌법)·당규(당의 규칙)들을 비교해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딱 제 마음에 드는 정당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지나서 한국에도 녹색당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도 녹색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보려는 시도가 종종 있었지만, 창당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어요. 정당을 만드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계기는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후쿠시마 핵 사고입니다. 


후쿠시마 핵 사고는 체르노빌 핵 사고와 함께 역대 핵 사고 중에서 최고로 위험한 등급(7등급)을 받은 충격적인 사고입니다. 체르노빌 핵 사고 때문에 독일 녹색당이 생긴 것처럼, 후쿠시마 핵 사고에 충격을 받은 한국 시민들의 열심을 내어 드디어 한국에도 녹색당이 생기게 됐습니다. 


기존 정치 시스템으로는 후쿠시마 핵 사고처럼 인간과 뭇 생명을 멸망시킬 수 있는 사건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컸습니다. 실제로 후쿠시마 핵 사고가 터지자 기존 정치인들은 처음에는 반성하는 척했지만 결국에는 핵발전소를 계속, 더 짓고 있잖아요.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핵발전소가 가장 빼곡하게 모여 있는 곳입니다. 후쿠시마 핵 사고 같은 사건이 또 일어나고 빽빽한 핵발전소가 연이어 터지게 된다면, 동아시아는 지구에서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 2012년 3월 4일,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정식으로 창당됐습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나님은 기분 나빠하지 않으시리라 굳게 믿으며) 교회도 한 주 빠지고 창당대회에 갔습니다. 마침내 녹색당을 만들었다는 기쁨과 함께 앞으로 녹색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사뭇 진지한 논의가 오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솔직히 더 기억에 남는 건 떡과 술이에요. 녹색당 창당을 기념해 시루떡과 함께 익명의 당원이 직접 담가 보내준 막걸리를 나눠주더라고요. 성찬같았습니다! 텀블러에 막걸리를 가득 담아 마시고, 시루떡을 쯔왑쯔왑 뜯어 먹으며, (실제 축하공연으로) 북치고 장구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오랜 고민을 끝내고 녹색당 당원으로 가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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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회에 참석한 필자
 



번영의 정치인가? 생명의 정치인가?


불평등이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져서 이제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어떤 이는 마치 날 때부터 ‘로마시민’인 것처럼, 좋은 것을 누리고 좋은 학벌을 갖고 동산과 부동산을 물려받고 사회적 지위를 갖춥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일평생 기회로부터 항상 밀려나서 오래 힘들게 일해도 갖출 것 하나 없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마침내 찾아온 기후위기도 불평등하게 다가옵니다. 증권 시장에서는 ‘환경 테마주’, ‘그린뉴딜주’라는 이름의 주식이 뜨고 있다고 합니다. 기후위기를 불러일으킨 기업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겠다며 짐짓 멋진 척을 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아무 책임이 없으면서도, 기후위기가 일으키는 피해를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불평등을 해결하고 기후위기를 막아야 할 책임이 정치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 자리씩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국회는 2021년 1월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70% 되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어 요. 2020년 한 해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무려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다 죽었는데 말이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때 항의하는 故김용균 님(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노동자)의 어머니, 故이한빛 님(과중한 업무 때문에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CJ E&M 노동자)의 아버지를 소란스럽다며 내쫓고 법을 통과시켰던 장면이, 저는 영영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녹색당에서 이에 항의하는 입장문을 냈는데 제목이 ‘중대재해기업 봐주기 법 통과, 더불어민주 당·국민의힘 규탄한다!’였습니다. 글 전체를 읽어보시면 좋겠지만 우선 딱 한 문장만 골라서 말씀드릴게요. 이것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람이 계속 죽어도 되는가?” 


정부는 2021년 5월에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탄소중립’이란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의 배출과 감축을 똑같이 해서, 즉 중립이 되게 해서, 즉 더하기 빼기 하면 0이 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말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죠?) 탄소중립위원회는 국가의 탄소중립 정책을 결정하는 대통령 직속기구입니다. 근데 여기에 기후위기의 피해를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장애인, 청년, 여성, 노동자, 농민은 없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이 위원회에서 내놓은 시나리오에 탄소중립 계획은 없다시피 하고요. 이래서 새로운 세상을 위한 사회협약이란 뜻의 ‘그린뉴딜(Green New Deal)’ 이 아니라, 녹색을 덧칠했을 뿐이라는 의미로 ‘그 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비판하는 겁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 듯, 어느 잘 나가는 정 치인은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깨끗한 에너지인 ‘소형 핵발전’을 이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싶습니다. 핵은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인간과 뭇 생명을 한순간에 한꺼번에 끝장내버릴 것입니다. 굳이 인간이 원래 죄가 많고 모자란 존재임을 고백하는 기독교 신앙을 말 하지 않더라도, 정말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을 할 수 있을까요? 1986년 체르노빌 핵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핵 사고에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정말 실수하지 않을까요?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는 정부의 기만적인 행태에 항의하며 위원장이 보름 동안 단식을 했어요. 또 그럴듯하게 치러진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서울정상회의’때 정부가 항의하러 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막자 녹색당이 즉석에서 정당연설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줄 수 있었습니다. (정당의 연설회는 정당법으로 보장된 합법적인 정치행위입니다.) 국회에서 역시나 기이한 내용으로 통과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해서 위헌 소송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는 전국을 돌면서 탈핵워 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 사고 때 쏟아져 나온 방사성오염수가 우리 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정치인들이 대안이랍시고 말하는 소형 핵발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밝히는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정치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세요? 지금까지 해온 대로 번영을 위한 정치를 계속할까요? 아니면 생명을 위한 정치를 시작할 까요? 저의 대답은 녹색당입니다! 녹색당에서 정치합니다. 대답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녹색당의 강령을 소개하며 글을 맺겠습니다.


“우리는 ‘녹색당’이라는 작은 씨앗입니다. 이 씨 앗을 싹틔워 인류가 지구별의 뭇 생명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초록빛 세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중략) 우리는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과 낙관을 잃지 않으며, 비폭력과 평화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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