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IVF 학사회보입니다.
소리정음(매 호의 기획글), 소리지음(유익하고 재밌는 연재글), 소리이음(학사 인터뷰 및 학사사역 소개)을 통해 다양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전 <소리> 업로드 작업 중입니다. 

완벽한 모습으로 단장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Our Story > 소리
소리 2021-10-29 조회6,643회 댓글0건

[소리정음]
'나의', 아닌 '우리의' 공간 [내 방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링크 퍼가기

본문

[소리] 2021 네 번째 소리 08+09호(통권257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내 방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


 내 방, 조금은 열린 공간 _ 국효숙

 내 방에서 버려지는 것들 _ 채한울 

 '나의', 아닌 '우리의' 공간 _ 박중성 

▷ 코로나 기간, 두 아들과 함께한 '내 집 여행기' _ 이수진







'나의', 아닌 '우리의' 공간

7256fadda5b637d9ebea30136c70aa2c_1635492191_66.jpg
사람들과 어울리는 필자의 놀이 공간, 거실
                                                                                                                                                                                             


◆ 박중성 (총신대10)

총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느지막이 군대에 입대, 제대 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지금은 복지관에서 일한다. 

전역 후에는 IVF 동기들과 함께 살다가 지금은 교회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함께 사는 일!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억지로 공부만 해가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며 살아왔던 나. 대학생이 되고 IVF에 들어가 ‘박중성’이라는 사람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직도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8할이 IVF”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 IVF에서 배운 것은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 그리고 공동체였습니다. 


가끔 “당신의 꿈은 무엇이냐”고 물을 때도 있고 질문에 답을 할 때도 있습니다. 제 꿈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생활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래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 중에 공동체적인 삶을 막연한 기대로 꿈꾸며 살아 오던 제가 군대를 전역한 후 IVF 동기들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다들 취업을 위해 서울에 머물러야 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동시에 IVF 졸업 이후에도 함께 살아보자는 각자의 조그마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이 십년지기 IVF 동기라 할지라도요. 


서로 투덕거리고 화내고 풀고 웃고 떠들고 나누고 먹으며 우리는 더욱 깊은 관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한 명이 결혼하며 떠나고 또 각자의 이유로 떨어지게 되면서 저도 직장 근처에 새로 집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살기에는 조금 넓은 공간을 얻게 되어서 함께 살 동거인을 찾기로 했습니다. 


집을 나오고 싶어 하던 교회 동생이 소식을 듣고 함께 살아도 되겠느냐 물어봐서 함께 살자고 하였습니다. 동거인을 구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째, 혼자 살기는 심심했고 둘째, 계속해서 혼자가 아닌 공동체로 생활하기를 바랐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혼자보다 피곤하고 거슬리고 편하지 않은 삶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며 관계를 쌓아가고 맞춰나가는 노력이 저를 더욱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다음 동거인은 제발 아내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만의 공간을 채워가는 이야기를 작성해 달라는 편집부의 요청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물건들로도 제 집을 채웠지만,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은 바로 함께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사는 동생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는 것은 함정!) 


공동의 공간, 거실


혼자 살기 심심해하는 저는 사람을 좋아하고 어울려 놀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거실은 저와 동생이 함께 놀기도 하고, 직장 동료들이나 교회 친구들이 와서 함께 놀다 가는 그런 공간입니다. 제 예상보다 넓은 집을 구하게 되면서(오해 하지는 마세요. 그렇게 큰 집은 아니에요!) 빈집 에 제 짐을 옮기려 처음 방문하였을 때, 거실을 보고서 바로 ‘이곳은 손님을 위한 공간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실은 놀이에 적합하도록 가구들을 배치했습니다.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철제 테이블(자랑입니다!!), 푹신한 네이비색 쇼파, 그리고 둘러앉을 의자들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큰맘 먹고 지른 PS5(플레이스 테이션5)는 덤이죠. 놀다 가는 사람들마다 집을 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집을 생각보다 잘 꾸며놓았다는 칭찬도 듣지요. 코로나19가 아직도 우리 삶의 중심에 있는 지금, 특히나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장점이고 그래서 고맙다고들 합니다. 저 또한 편하게 웃고 떠들며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모릅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집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 제 거실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7256fadda5b637d9ebea30136c70aa2c_1635492264_31.jpg

사진 포스터와 PS5  



그래도 ‘나’로 채워진 우리 집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엄연히 ‘My Home’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좋아하고 나를 나타낼 수 있는 것들로 꾸며보았습니다. 먼저 제 방 서랍장 위를 다양한 아이템들로 꾸몄습니다. 집에서 자주 사용하는 컴퓨터 옆에서 바라보면 언제나 흐뭇해지도록 세팅을 해본 거죠. 다양한 크기의 목각인형들은 제 방뿐만 아니라 집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제 취향 저격 아이템이거든요.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제가 이런저런 곳에서 찾아보고 구입한 친구들이랍니다. 


벽 이곳저곳에는 크게 프린트한 사진들을 붙여놓았습니다. 제가 찍고 나서 화가들의 스타일로 필터를 씌워주는 어플을 이용해 재창조한 사진들이죠. 예쁜 사진이나 그림을 사서 인테리어를 할 수 도 있겠지만, 무언가 ‘나’ 자신이 드러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가 찍은 사진들을 걸어놓았습니다. 이따금 “나는 내가 좋아”, “나는 생각보다 자기애가 강해”라고 저 자신을 설명할 때가 있는데요, 네, 맞습니다. 나만의 것으로 집을 꾸미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제 방의 소파 뒷면으로는 이전 집주인이 사용하던 큰 판이 있었습니다. 그곳을 무언가 꾸밀 만한 플레이스로 생각하고 이런저런 소품과 사진들로 채웠습니다. 선에 걸려있는 조그마한 사진들은 제 카메라 갤러리에 있던 사진 중에서 나에게 추억이 되는 장소, 사람, 사건 등등을 엄선해서 인쇄해 꾸며놓았습니다. 


제 방은 오롯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나라는 사람이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앞서 설명 한 서랍장 위의 진열대가 그러하고, 컴퓨터 옆면의 책장이 그러하며, 제가 입는 옷이 가지런히 정렬된 제 옷장이 그러합니다. 내가 보는 것, 내가 읽는 것, 내가 입는 것 등등. ‘우리’ 집에서 제 방 만큼은 나로 이루어진 공간입니다.




7256fadda5b637d9ebea30136c70aa2c_1635492296_61.jpg

나로 채워진 벽면 

 


플랜테리어, 시선을 돌리다


비어 있는 집을 한창 채우고 편안한 삶을 위해 필요한 가구와 물건들을 얼추 구입해 들여놓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집을 꾸밀 것인가? 이것이 제 삶의 화두가 되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플과 인터넷을 들여다보며 어떤 인테리어를 할까 찾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플랜테리어’였습니다. 플랜테리어란 식물이라는 뜻의 플랜트(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을 소품처럼 활용하는 하나의 인테리어 트렌드입니다. 식물을 소품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신선했고, ‘초록이’들로 집을 가득 채운 블로거의 집을 보며 생생함을 표현하는 것 같아 ‘바로 이거구나!’ 하고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기에 혹여 죽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키우기 쉬운 초록이들로 집을 꾸며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초록이들을 소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가 키우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식물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느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초록이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나에게 맞춰져 있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나만 생각하고 나에게 집중되어 있지 않게끔, 나에게 매몰되지 않게끔 합니다. 나의 마음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식물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곧 말라 죽습니다. 나에게만 신경을 쓰고 나에게 사로잡혀 있어 식물이 죽는다는 것은 곧 내 영혼도 죽어가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식물에게 시선을 주고 마음을 주고 물을 주고 관심을 가지며, 나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을 느낍니다. 초록 이들을 키우며 그렇게 하나님께 시선을 조금 더 두게 됩니다.




7256fadda5b637d9ebea30136c70aa2c_1635492329_77.jpg

시선을 사로잡는 플랜테리어 



집 문을 열고 나가면서….


이렇게 ‘우리’ 집 소개를 마쳐보려고 합니다. 코로나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꾸준히 직장 동료들과 그리고 교회 친구들을 초대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실을 만든 ‘인싸’ 의 집입니다. ‘나’로 집을 꾸미고 채워서 나를 발견하고 알아가며 30대로 진입하고 있는 ‘청년’의 집입니다. 편하게 혼자 사는 삶 보다는 불편해도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하는, 형제자매가 아름답고 즐겁게 함께 사는 삶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의 집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저처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 살아가는 분들일 거라 기대하며, 기쁘게 인사드릴게요. 안녕~!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