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IVF 학사회보입니다.
소리정음(매 호의 기획글), 소리지음(유익하고 재밌는 연재글), 소리이음(학사 인터뷰 및 학사사역 소개)을 통해 다양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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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04-30 조회9,013회 댓글0건

[소리정음]
겨울 웨비나 수련회에서 배운 것 [응답하라,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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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1 첫 번째 소리 02+03호(통권254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응답하라, 캠퍼스!]


▷ '병 주고 약 주는' 나의 학생들 _ 김은숙

▷ 20학번 새내기, 파란만장했던 한 해를 돌아보며 _ 이지민

 어느 캠퍼스 리더의 고백 _ 이수빈

 겨울 웨비나 수련회에서 배운 것 _ 김지혜

▷ 코로나 시대, 캠퍼스 사역 어떻게 할까? _ 김혁수 





겨울 웨비나 수련회에서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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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으로 함께한 겨울 웨비나 


 

◆ 김지혜(전북대18)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인 김지혜입니다. 

친한 언니와 같은 과 선배의 소개로 들어와 신입생으로 활동했던 것이 엊그제 같지만, IVF에 들어온 지 벌써 3년을 지나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 취업난, 경제위기 등 뒤흔들리고 있는 세상 가운데서 IVF를 통해 진리이신 하나 님을 확인하고 배우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Zoom, 그리고 또 Zoom! 


처음 IVF 수련회에 가게 되었을 때만 해도 별 기대 없이, 그냥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참석했었죠. 그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리운 수련회가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많은 모임과 만남이 끊기고 온라인 모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간사님들, 전북대 IVF 친구들과 함께 여기까지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한 학기를 돌아보며 가장 많이 클릭한 것을 생각해보니 아마 ‘Zoom’인 것 같습니다. 소그룹부터 리더모임, 책모임, 큰모임까지, 모두 Zoom으로 만나며 교제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열심히 배우고 나눴습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교제하고 나눴던 공동체, 얼굴 맞대고 표정을 보며 대화했던 친구들, 공감하고 반응하는 시간들 모든 것이 그립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켜고 마이크를 켜는 것부터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상황들이 계속되다 보니 속상한 마음도 컸습니다. 


그러다보니 전국 단위의 수련회를 Zoom으로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모인 수련회에서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 얼마나 어색하고 어려운지 알고 있기에, 온라인 수련회를 상상만 해도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럼에도 간사님들의 적극적인 독려를 통해 특별한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한 학기를 돌아보니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도 말씀이 얼마나 단 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더 많고 다양한 나눔과 교제를 한 시간도 있습니다. 그러한 기억들이 불편함을 특별함으로 바꾸고, 두려움을 기대로 바꾸어주었습니다. 이렇게 참가하게 된 이번 수련회, ‘웨비나’(웹 사이트에서 진행되는 세미나)를 다시 돌아보니 감사한 마음이 더욱 큽니다. 


불안 속에서 웨비나를 시작하다 


온라인 수련회를 앞두고, 대면 수련회에 가기 전부터 확인하곤 했던 활동내용과 시간표를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시간표를 보니 3일 동안 ‘당근 라디오, 말씀, 리플렉션, 광고, 소그룹’ 등으로 알차게 짜여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간표를 확인하니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두려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것들을 다 어떻게 Zoom으로 진행하신다는 거지?’, ‘소그룹은 얼마나 어색할까?’, ‘말씀 시간에 집중은 될지 모르겠네’ 같은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웨비나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참여 인원을 확인하는데 300명이 넘는 인원이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지만, 처음 들어보는 지방회도 있었습니다. 첫 순서로 간사님 두 분이 나오셔서 ‘당근 라디오’를 진행해주셨습니다. 제가 속한 전북 지방회 간사님 한 분이 눈에 띄어 반가웠습니다. 두 분은 자연스럽게 사연을 읽고 신청곡을 들려주시는데 분명 다른 공간에서 진행하는데도 주고받는 대화나 이야기를 들으니 한 공간에 있는 듯했습니다. 다른 지방회 분들의 채팅과 이야기를 들으니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IVF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모여서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모임이 진행되었을 때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한시에 모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순간이 참 감사하고 귀했습니다.    


당근 아벱 ; 한계와 민낯을 돌아본 첫째 날 


첫 번째 설교는 ‘당근 아벱’이라는 주제로 김성은 간사님이 다양한 찬양에 메시지를 담아주셨습니다. 찬양을 들려주시는데 수련회에서 함께 모여 찬양하고 기도했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목소리를 높여 함께 찬양하고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사라져 속상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간사님이 들려주시는 찬양과 이야기 속에 300명이 넘는 동역자들이 바로 제 곁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존 수련회에서 시작을 알렸던 ‘잘 왔다, 잘 왔어’라는 찬양이 들려오니 신입생들을 환영해주고 반가운 얼굴들을 서로서로 축복해주는 장면이 스쳐 지나가면서 다시 한 번 공동체의 따뜻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코로나에 관해 간사님이 느끼고 깨달은 부분을 나눠주셨습니다. 가족과의 만남, 한국교회에 대한 슬픔과 분노, 이러한 상황 가운데에 있는 우리의 역할 등이었습니다. 여러 이야기 중에 생각나는 부분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디모데후서 말씀은 무기력했던 저를 다시 깨웠습니다.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 코로나로 인해 한국교회의 한계와 민낯이 모두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고 분노로 가득 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맡은 자리에서 올바른 삶으로 교회를 위해 힘써 기도하고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고 간사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저의 경우, 코로나가 터지면서 주변의 비신자들의 눈초리가 말할 수조차 없이 날카로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상황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학기 IVF 활동을 통해 그러한 감정을 소화하고 바꾸어내면서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부정적 감정들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디모데후서 말씀은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말씀을 옳게 분별하여 하나님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진리의 말씀에 닿으려 노력했지만, 저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말씀을 읽고 책을 읽고 글로 써보고 나눔을 하는 등 여러 활동을 했지만 저는 그저 머리만 커졌을 뿐이었습니다. 부끄러움을 마음 한편에 놓아둔 채 시작한 소그룹에서 다양한 적용거리를 찾을 수 있었고 그러한 적용점들은 부끄러웠던 저를 위로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수련회는 2개 지방회가 연합해서 했기 때문에 전국적인 상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죠. 웨비나 덕분에 다른 지방회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첫째 날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더욱 풍성한 나눔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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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비나 마지막 날, 은혜로원던 무대




당근 감성 ; 감정과 함께한 둘째 날 


둘째 날, 박순영 간사님은 ‘당근 감성’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주셨습니다. 감성이라는 단어를 보고서 ‘코로나로 인해 지친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해주시는 걸까?’ 예상했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우선, 하루 동안 들었던 감정들을 되짚어보고 그 감정들이 왜 발생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예상치 못한 요청에 당황했습니다. 저는 감정이 올라오면 그대로 표출해내기에 제가 무엇 때문에 이러한 감정이 올라왔고 무엇이 필요한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질문이 끝난 후, 이러한 감정의 요구-의도가 좌절되면 짜증이나 우울, 냉소 등의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결국에는 무감정이라는 상황까지 닿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평소 저의 감정들이 떠오르면서, ‘나의 분노나 짜증 등은 내 안의 요구를 발견하지 못해서 그랬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요구에는 연결, 자아실현, 안전 등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보통 이러한 요구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통제하게 되는데, 이러한 통제가 잘못되면 정확한 요구가 아닌 음식이나 미디어로 소화해버린다고 합니다. 잘못된 통제를 방지하고 감정의 요구를 발견하기 위해 우리는 습관, 관계, 만남이 필요합니다. 습관은 우리가 진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함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관계는 타인과의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확인하고 좋은 방향으로 해소해준다고 합니다. 만남은 하나님과의 만남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데 이 만남이 꾸준히 지속되면 감정의 의도 자체가 선한 것으로 변화하며 감정이나 행동에 있어 당위가 아닌 진정한 열망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씀을 다 듣고 난 후에 제 안에는 ‘내가 진정한 열망을 가지고 한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 당위를 빼고 나면 내 삶에는 무엇이 남는 걸까?’ 같은 여러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큐티 하나조차 당위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공동체와 말씀을 나누며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제 삶으로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뜨거운 마음이 사라지고 식은 재만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열정이 아닌 당위를 불러일으켰던 불안’이라는 감정은 허무함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주님께 내 삶을 맡긴다고 무수히 많이 기도했지만 결국 저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려고 힘주었던 지난날이 스쳐갔습니다. 저 또한, 불안에 갇혀 그저 경쟁하기 위해 경쟁하고 살아가기 위해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년이었던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간다고 여겨왔건만 불안, 두려움 그리고 허무함이라는 감정의 의도-요구를 확인하는 순간, 저는 너무나 보잘것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비교, 우월, 열등이 난무하는 시대에 더 큰 목적을 기억하며 세상을 품는 기도를 해봅시다”라는 간사님의 마지막 말씀에 주님이 여전히 나를 부르고 계심을, 나를 이끌기 원하심을 확인했습니다. 복잡하고 답답한 상태였는데, 소그룹 활동은 저에게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감정이 올라오면 생각하고 말하기, 감정일기 써보기, 음악 들으며 산책하기, 영성일기 등, 말씀을 내 안에 끌고 올 수 있는 다양한 적용거리들을 솔직하고 다양하게 나누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친구 달력(한 달 동안 한 명의 친구를 위한 기도), 섬김이 보고서 등 이러한 세상 속에서 모두를 품는 기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실천을 권유해주었습니다. 말씀을 통한 깨달음으로 너무나 작아지고 무기력해진 저였지만 공동체를 통해 다시 한 번 결단하게 하시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시는 주님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당근 나라 ; 일상으로 주님을 초대하며 


마지막 날, 정의민 간사님의 ‘당근 나라’라는 제목 의 설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정의민 간사님은 전북 지방회에서 주최한 ‘복음땅 캠프’에서 유익한 설교를 해주신 기억이 있어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을 본문으로 다양한 콘텐츠의 메시지를 전해주신 게 아직도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Zoom을 통해 듣고 있다는 걸 잊을 정도였습니다.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이스라엘은 주님의 십자가를 믿지 못하고 성전에 몰두하여 사람에 대한 사랑 없이 자신들의 신념에 의해 파괴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환난의 때에 거짓 증거하는 자들에게 현혹되지 말라, 민족과 민족의 분쟁, 나라와 나라의 다툼, 지진과 기근 등에 놀라지 말라. 주님이 꼭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꼭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말씀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보니 더욱 절실하게 상황이 느껴지며 마음이 무너지고 분노에 차올랐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이것은 진통의 시작이며, 고통스럽지만 본질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것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위로하십니다. 위로와 함께 주님은 ‘견디라’가 아닌 ‘도망하라’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견디고 참고 인내하는 것도 좋지만, 그 자리를 피하여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의도와 목적을 회복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감사했습니다. 성전도 좋지만 우리는 성전과 형식으로 인해 그 본질과 목적을 잃어버린 듯합니다. 코로나라는 위기가 우리의 모습을 남김없이 드러냈고, 이제 우리는 일상에서 사라진 주님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간사님의 마지막 말씀은 “일상의 주인이신 주님의 뜻대로 자신의 자리에서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소그룹을 통해 말씀은 한 번 더 제 안에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말씀에서 ‘산’이라는 장소는 새로운 장소, 고난의 장소, 조망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또한, 교회에 실망하면서도 사랑하기로 한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청년들이 지쳐 쓰러져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사명을 위해 열심히 달려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의 마지막을 주님과 대화하기, 아침에 일어나 하나님을 의식하고 감사하다고 고백하기 같은 사소한 적용들을 나누며 일상으로 주님을 초대하는 방법들을 배우고 결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름 모를 자신감이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날,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쓰러진 저를 찬양으로 위로하고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둘째 날, 위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깨어지고 부서져야 주님 앞에 다시 설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마지막 날, 주님 앞에 다시 선 저는 어떠한 모습으로 앞으로 살아야 하는지,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단하고 다짐했습니다. 대면 수련회로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훌쩍 뛰어넘어 제게 위로에서부터 깨달음, 결단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선물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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