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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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0-11-04 조회103회 댓글0건

[소리정음]
새로운 가족, 반려동물 [멍멍, 야옹! 우리집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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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19 네 번째 소리 08+09호(통권245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멍멍, 야옹! 우리집 막내]


  반려견과 가족으로 살아가다 _ 나석호, 박혜인

▷  나의 길 고양이 _ 김아롬새미 

▷  안녕, 똥쟁이? 안녕, 오슈! _ 박채형

▶  새로운 가족, 반려동물 _ 최선혜 

▷  사랑한 만큼 슬퍼하고, 그만큼 더 사랑하게 되는 이별 _ 염수현

▷  "더불어 살아감"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기독인의 모습 _ 윤헌영





새로운 가족,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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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혜(전북대95)

남편과 함께 조그만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수의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편과 함께 조그만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수의사입니다. 이번 <소리>에 제가 동물병원에서 만나는 보호자 분들과 반려견들에 관한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강아지 유모차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 익숙해질 만큼 반려동물이 많아졌습니다. 요즘 공원이나 길을 지나다 보면 강아지들이 주인과 산책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강아지 유모차도 많이 보셨죠? 아이들이 타고 있는 모습만큼 강아지가 타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설명을 드리자면 강아지 유모차는 노령견이나 다리가 불편한 강아지들을 태우고 다니기 위해 사용합니다. 나이가 많아 오랫동안 산책이 힘들거나 관절이 나빠져서 걷기가 힘들거나 다른 질병 등으로 몸이 약해진 경우에 보호자 분들과 산책을 하기 위해 유모차를 탄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강아지가 호강한다고만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십 년 전쯤 저희 동네에 멋쟁이 할머님이 처음으로 강아지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동네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닌다고 말이죠. 지금은 동네 공원에 아기 유모차만큼 강아지 유모차가 많습니다. 그만큼 반려견의 숫자도 많아졌고 새로운 문화들도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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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


강아지와 고양이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평균적으로 12~15년 정도 됩니다. 요즘은 15년 이상도 충분히 사는 것 같습니다. 18살 되는 반려견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도 심장병이나 신장병 치료를 받으러 오는 나이 많은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전보다 많아지고 있습니다. 3개월 정도 된 강아지나 고양이를 입양해서 키우기 시작한다면 15년 이상 같이 살게 되죠. 사람이 자녀를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하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15년 이상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동물병원에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진료를 기다리는 보호자들은 여러 이야기를 나눕니다. 들어보면 사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대화랑 같습니다. “앉아, 기다려, 손” 이런 행동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시범을 보이면서 자랑스러워하십니다. 다들 천재견들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반려동물과 사람의 가족이 되는 과정을 지켜볼 때면 저도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우유네


보호자 분들이 가장 밝은 얼굴로 동물병원에 오실 때는 분양받은 강아지, 고양이의 첫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을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우유네 가족이 첫 예방접종하러 왔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우유는 5개월 된 수컷 몰티즈(Maltese)입니다. 우유가 3개월 되었을 때 가족은 강아지를 입양했고 우유는 그 집의 막내가 되었습니다. 우유네 두 자매는 강아지를 너무 키우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두 자매는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몇 년간 용돈을 모아서 드렸고, 부모님이 설득당해 버렸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은 두 자매의 어머니가 강아지를 제일 예뻐하십니다. “또다시 육아를 하는 것 같다”고 도 하지만 “진작 키울 걸”하는 말에서 행복이 느껴집니다. 예방접종하러 올 때마다 우유의 몸무게를 재보며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는 것도 사람 아기를 키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 자매는 인터넷 뒤져가며 강아지에 대해 공부하고 품종도 결정하고 강아지 집이며 용품도 미리 준비해 놓으면서 입양할 강아지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우유를 분양받고는 동네 친구들이 며칠에 걸쳐 우유를 보러 다녀갔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어떤 집이나 강아지를 처음 분양받으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습니다. 친구들이 한바탕 다녀가면 강아지가 힘들어서 아프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아이들의 큰 자랑거리이니 집집마다 한 번씩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우유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올 때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아서리


실연과 실직 등의 이유로 마음이 힘들 때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서리의 보호자인 제 친구도 이에 속합니다. 친구가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제가 강아지를 키워보라고 권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강아지를 돌보면서 오히려 사람이 위로받기도 합니다.


제 친구의 반려견이 된 아서리는 집안의 손자입니다. 우유와 마찬가지로 몰티즈(Maltese)인 아서리는 지방에 계신 친구 부모님과 전화 통화도 합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부모님 말씀이 끝날 때마다 멍멍 짖으면서 대답을 하더라고요. 사실은 친구가 강아지 옆구리를 건드릴 때마다 짖도록 훈련한 건데 처음엔 진짜 천재견인줄 알았습 니다.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갈 때도 비행기 좌석 하나를 당당히 예매하여 탑승합니다. 아서리가 없으면 여행에 이야깃거리가 없다면서 꼭 데리고 갑니다. 아서리를 위한 통장도 따로 있습니다. 나이 들었을 때 필요한 노후자금을 준비해 놓는 거랍니다. 아서리가 집에 혼자 있다며 집에도 일찍 들어가고, 피곤해도 아서리 산책을 위해 공원을 돌다 보니 보호자도 운동이 됩니다. 가끔은 회사에 데려가기도 하고요.


정기검진을 하러 올 때마다 보호자인 아서리 누나는 “10살 먹은 아서리가 아프지 않고 하루라도 더 오래 사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합니다. 온 가족이 아서리 때문에 웃기도 하고 이야깃거리가 생긴다고 좋아합니다. 아서리는 제 친구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 되었습니다. 본인이 힘들 때면 와서 자기 몸을 기대며 체온을 나눠주면서 친구처럼 마음을 위로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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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


노령견에게는 또 다른 가족의 의미가 있습니다. 솔이는 18살 먹은 코카스파니엘(Cocker Spaniel) 입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 동물병원을 이용했기에 저는 솔이의 젊은 시절부터 지금의 할아버지가 된 모습까지 지켜봤습니다. 솔이의 보호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입니다. 보호자 분들도 솔이와 함께 나이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코카스파니엘 품종은 중형견이라서 덩치가 좀 있는데 솔이는 유난히 큰 덩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솔이는 아직 아기 같은 존재입니 다. 아기를 대하듯이 늘 조심스럽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시거든요. 보호자 분들이 잠깐이라도 솔이를 동물병원에 맡기고 외출하면 솔이는 슬픈 눈으로 기다립니다. 종종 근처 공원에서 솔이와 함께 산책하는 보호자 분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솔이 건강을 위해 매일 해야하는 산책이 할아버님, 할머님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분들끼리는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공통의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금방 친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솔이는 호강하는 강아지입니다. 보호자 분들이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해주니까요. 18년이란 세월을 함께해온 반려견과 보호자와의 관계는 정말로 끈끈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깊은 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남과 이별


이외에도 많은 보호자 분들과 강아지, 고양이들을 만납니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은 이런저런 사연으로 함께 살게 되는데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가 아파서 치료를 하다보면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강아지는 이 마지막 순간에도 보호자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반기며 반응합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그런 애정과 충성심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새로운 만남이 가져다주는 행복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이별이나 오랜 지병 끝에 보호자를 떠나는 반려동물들까지, 동물병원에는 다양한 만남과 이별이 있습니다.


혹시 반려동물을 맞이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새로운 가족을 맞아들이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하는 반려견에게는 우리의 돌봄과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들이 아플 수도 있고 귀찮아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파양 되어 다른 집으로 가게 되거나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살다 보면 상황이 변해 함께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입양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지금 반려 동물들과 함께하고 계신다면 더 많이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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