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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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모습으로 단장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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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0-10-20 조회10,820회 댓글0건

[소리정음]
반려견과 가족으로 살아가다 [멍멍, 야옹! 우리집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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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19 네 번째 소리 08+09호(통권245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멍멍, 야옹! 우리집 막내]


▶ 반려견과 가족으로 살아가다 _ 나석호, 박혜인

▷ 나의 길 고양이 _ 김아롬새미 

▷ 안녕, 똥쟁이? 안녕, 오슈! _ 박채형

▷ 새로운 가족, 반려동물 _ 최선혜 

▷ 사랑한 만큼 슬퍼하고, 그만큼 더 사랑하게 되는 이별 _ 염수현

▷ "더불어 살아감"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기독인의 모습 _ 윤헌영





반려견과 가족으로 살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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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와 가족이 된 1주년 기념파티



 

◆ 나석호(건국대05), 박혜인(건국대06)

캠퍼스에서 동갑내기 친구로 만나 연인에서 부부가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여름, 한 아이의 부모로 거듭날 순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이니셜을 딴 ‘히히호호 가족’이라는 이름처럼, 삽살푸테리어(추정) 1년 6개월 차 강아지 ‘루피’와 함께 히히호호 웃으며 살고 있습니다.



아기 강아지 ‘루피’와 처음 만나기까지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함께 살아본 적이 없는 한 사람과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들과 함께 살아온 한 사람이 만났습니다. 둘은 결혼 전부터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해 함께 사는 것을 꿈꾸었습니다. 부부가 된 지 1년 반, 마침내 갓 젖을 땐 강아지 루피를 선물처럼 만났습니다.


부부가 되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맞추어가던 처음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자, 반려견을 맞이할 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동물보호단체의 교육을 듣고 유기견 입양모임에 참석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관련 홈페이지들을 들락거렸습니다. 함께하게 될 반려견의 성별이나 품종, 나이는 특별히 정하지 않았지만 이름은 ‘루피’라고 미리 지어놓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기견 보호센터 홈페이지에서 ‘집에서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아서 보내고자 한다’는 글과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이 작은 생명이 우리 루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속 아기 강아지가 우리에게 “너희, 내 동료가 돼라!”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만화 속 주인공 루피의 명대사처럼요. 그렇게 아기 강아지 루피는 히히호호 가족의 새로운 멤버 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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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있는 루피


우리에게 맡겨진 작은 생명을 돌보는 일


반려견으로 유기견을 입양하겠다는 생각을 해왔 기에 우리의 관심과 공부는 오로지 다 자란 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루피를 데려 오기로 했을 때는 계획보다 너무 작고 어려서 고민이었습니다. 급한 대로 일주일 동안 강아지 시기에 챙겨야 하는 건강 관리사항들과 아기 강아지용 사료, 사회화 교육 등등 엄청난 정보들을 벼락치기로 정리하고 익혀야 했습니다. 매일 밤 둘이 머리를 맞대고 열렬한 스터디와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루피가 가족이 된 직후 우리 삶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직 집이 낯설고 여러모로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할 시기여서 한 명은 재택근무로 전환해 하루 종일 루피를 돌보았습니다. 주말마다 동물 병원을 드나들며 여러 접종과 검사를 한 후, 포대기 같은 가방에 넣어 조심스레 품에 안고 집에 돌아왔던 일은 어느덧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아기 루피와 함께 한 순간들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집에 막 왔을 때는 낯설어서 못 걷다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 방석 밖으로 첫 발걸음을 떼던 모습과 한밤중에 낑낑대는 소리에 ‘루피’ 하고 나지막이 부르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던 모습, 꽤 격렬하게 뛰며 놀다가 배를 드러내고 곯아떨어진 모습, 아기 때는 하루에 6번씩 사료를 주어야 하기에 새벽에 밥을 주려고 일어나니 우리가 자고 있던 침대에 올려달라고 낑낑대며 품에 파고들던 모습 모두 말이죠.


현재 루피와 함께하는 우리의 일상은 매우 단순 합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강아지들에게 호흡과 같다는 산책을 즐깁니다. 충분히 바깥 냄새를 맡고 친구들을 만나게 하거나 공놀이, 원반던지기 같은 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납니다.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하고 기본적인 위생관리, 놀이를 가장한 간단한 몇 가지 교육까지 하고 나면 각자 할 일을 하며 쉽니다. 노곤한 루피는 우리에게 몸 한 부분을 기대고 잠이 듭니다.


어느 책에서 ‘개의 시간은 사람보다 빨리 간다’는 글귀를 읽었습니다. 빠르게 쑥쑥 자라는 루피의 여러 모습을 가만히 보면 벌써부터 이 말이 절절 하게 느껴져 마음이 저며 옵니다. 동시에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이 평범한 날들을 충만하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히히호호 가족의 특별한 순간들


루피 덕분에 일상에서 예기치 못하게 발견하는 행 복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서로 배를 맞댄 채 맞이하는 아침은 매일 특별합니다. 개는 몸의 열기를 배로 내보낸다고 합니다. 뜨끈한 루피의 체온을 느끼며 눈을 뜨면, 더운 여름이어도 전혀 불쾌하지 않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리에겐 딱 루피 체온이 행복의 온도인가 봅니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두세 발짝 뒤에서 총총 따라오는 루피의 발소리가 들리면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함께한 사건들 중 기억에 남은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떠난 1박 2일간의 가을 여행이 생각납니다. 낯선 장소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에 불안해하는 루피를 밤새 진정시키느라 생각했던 것만큼 낭만적인 밤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여행 둘째 날 ‘댕댕이 페스티벌’이 열렸던 자라섬 광 에서 목줄 없이 신나게 뛰놀며 환하게 웃던 루피의 표정과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루피를 안고 잔잔한 음악을 듣던 순간은 오래도록 행복한 추억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또 얼마 전에는 루피가 좋아하는 친정 식구들과 함께 가족 1주년 파티를 했습니다. 정확한 생일을 알 수 없어 우리가 처음 가족으로 만난 날을 기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첫돌상을 차리듯 좋아하는 음식들로 상을 차리고 축하노 를 부르며 사진을 찍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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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개는 없듯이, 세상에 완벽한 개도 없다


첫 1년 동안 가장 큰 고민은 사회화와 훈육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일관성 있는 반응과 교육, 두 보호자의 명령어 통일, 개의 언어와 방식으로 소통하는 법, 루피를 위해 옳은 것인지 사람인 우리 욕심인지 분별하는 것 등 우리와 다른 작은 생명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거의 모든 부분이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요즘은 ‘인간과는 다르지만 인간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교감하고자 하는 존재 자체’로서의 루피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사진으로만 볼 때는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 루피는 가르치고 교정해야 할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평일은 그렇다 치고 주말에 집에 혼자 두면 분리불안이 심하기 때문에 쉬고 있는 옆집에 피해가 갈까 싶어서 웬만하면 루피를 두고 외출하지 않습니다. 꼭 외출해야 할 일 정이 있을 때는 동생이나 친정에 맡겨야 합니다. 교회에서 양해하고 허락해 준 덕분에 주일에는 배낭에 루피를 데리고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합니다. 놀다가 너무 신이 날 때는 침대 이불이나 소파에 ‘흥분 쉬’라고 부르는 배변 실수를 할 때도 있습니다. 소리에 유난히 예민하기 때문에 문밖에서 낯선 소리가 나면 고개를 치켜들고 크게 짖으며 거실로 달려 나갑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괜찮다며 문 앞이나 밖으로 나가서 진정시키고 기다리는 훈련을 합니다.


이렇듯 루피는 사람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완벽한 개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누군가에게 ‘문제견’이라고 불릴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리 어릴 때부터 사회화 교육을 했어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 이것저것 계속 시도하며 노력해도, 우리의 기대만큼 완벽히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애초에 존재 고유의 본성을 가지고 자신의 의지로 사는 생명에게 우리의 일방적인 기준에 맞춰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게 맞긴 한 건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듯이, 세상에 완벽한 개도 없다 고 생각합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고 다른 강아지 들과 루피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호자로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알려주며 보듬어가는 것이 루피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가 끊임없이 해야 할 노력일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혹시 우리의 모든 모습을 넘어 존재 자체를 용납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아이와 강아지, 함께할 수 있을 거예요


한 생명의 보호자가 된다는 일은 행복하면서도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걸 듣고 읽어 막연히 알고는 있었습니다. 루피와 함께한 날들은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매일 새로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없이 작고 연약해 절대적으로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때 우리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는 것과 루피의 삶 중 거의 모든 부분의 처음을 우리가 보고 함께할 수 있었다는 건, 분명 우리에게 주어진 큰 기쁨입니다.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이를 기르는 연습과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연습을 하게 해 준 루피에게 감사하네요.


곧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아이와 강아지가 함께 잘 지낼 수 있겠냐”는 우려 섞인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하면 다 키웠으니 다른 데 보내라”라고도 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웃으며 넘기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한 존재를 쉽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현실에 화가 나고 많이 속상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뜻대로 데려와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함께해왔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가족을 버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하지 않았겠지요.


물론 신생아와 강아지의 첫 만남부터 위생이나 안전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많습니다. 아직 실제로 육아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막연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에게는 꼭 ‘잘’ 해내지 않더라도 분명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역시 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의 힘과 의지로 살았을 때보다 조금 힘을 빼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나를 내어 맡겼을 때 예기치 못했던 은혜를 경험하며 앞으로 나아갔던 것처럼요. 혹시 비슷한 문제로 고민 중인 분들이 있다면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라는 책을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루피는 제 무릎 위에서 쌔근 쌔근 잠들어 있습니다. 아이는 자라면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지만 루피는 평생 곁에서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견주’라는 말보다는 ‘보호자’라는 말이 좋습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작고 약한 생명 루피에게 평생 든든한 울타리 같은 보호자가 되어 주어야겠다고, 그러려면 몸과 마음이 더 튼튼하고 단단해져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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