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IVF 학사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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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0-07-27 조회11,990회 댓글0건

[소리정음]
경찰공무원, 특별한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다 [여기에도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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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19 세 번째 소리 06+07호(통권244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여기에도 우리가 있다!]


▷ 하늘을 날며 땅 위의 하나님 나라를 꿈꾸다 _ 임종엽

▷ 안녕하세요. YT543호 기사입니다! _ 이동현

▷ 빛과 소금으로 살고 싶은 마취과 간호사의 하루 _ 강윤호 

▷ 전파에 실어 보내는 마음, 전파를 타고 흐르는 사랑 _ 편유희

▶ 경찰공무원, 특별한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다 _ 양병윤





경찰공무원, 특별한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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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멘토 양성과정


 

◆ 양병윤(상명대00) 

저는 결혼 10년 차의 상명 IVF 학사입니다. 

귀한 아내, 7살 활기찬 딸, 4살 애교쟁이 아들 이렇게 넷이 알콩달콩 살고 있습니다.



저는 11년 차 경찰공무원입니다. 그것도 위기청소 년을 사랑하는 경찰공무원입니다. 경찰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한 계기는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를 한 것이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가 되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소년에 대한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기가 찾아왔고, 저는 가출하거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되어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섬기고 싶어서 경찰관과 소년 보호관찰관이라는 두 직업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가족 중에 경찰이 많았던 전도사님의 조언을 받아 경찰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새벽기도회에 나가 청소년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14개월간 공부하며 앞으로 10년 간의 계획과 이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고, 2008년 하나님의 은혜로 시험에 합격하여 경찰관으로 임용되었습니다. 12년이 지난 오늘 되돌아보니 기도로 계획했던 일들이 주님의 은혜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청소년에 대한 하나님의 또 다른 계획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고요. 


경찰로 임용되어 제일 처음으로 지구대에서 4년을 근무했습니다. 지구대는 시민들과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근무 중에는 동네 공원을 순찰하며 흔히 말하는 비행청소년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근무 외 시간에는 IVF 학사님이 대표로 계신 NGO러빙핸즈에서 멘토 교육을 받았습니다. 동대문에 살고 있는 중학교 3학년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4 년 동안 멘토링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강남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목욕 활동 인솔 및 지도 봉사를 하며 특별한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만났던 기억도 납니다. 


보통 경찰공무원들을 입사 후 승진시험에 매진합 니다. 하지만 저는 사회복지사 1급, 청소년지도사 2급, 청소년상담사 3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렇게 취득한 자격증들은 일반적으로 청소년 기관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경찰관으로 승진하는 데는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셔서 2015년 영등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청소년과 함께할 수 있는 학교전담 경찰관으로 위기 청소년을 담당하면서, 영등포구 관내 초·중·고등학교 8곳과 소년보호시설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남부교육지원청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 다. 학교 내의 비행 청소년들 그리고 학교에서 퇴학당하거나 자퇴하여 거리를 돌아다니는 위기 청소년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과 만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영등포, 구로, 금천 그리고 양천과 부천 등에서 살고 있는 특별한 친구들과 페이스북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해왔습니다. 현재 제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는 특별한 청소년 친구가 2,000명 정도 됩니다. 아이들은 저를 보고 ‘전국구 인싸’라고도 부릅니다. 이 특별한 친구들은 개통이 안 된 공폰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며 자신들의 생활을 노출합니다. 때문에 제가 페이스북을 해야 아이들이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의 세계가 페이스북 안에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급하면 페이스북으로 통화를 걸어옵니다. 시간 개념이 일반적 사람들과 다른 아이들이라 새벽에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경찰관이 자신을 폭행했는데 지금 옆에 그 경찰관이 있다고, 형들이 자기를 때리려고 부른다고, 경찰서에 출석한다고, 재판을 받으러 가는데 탄원서를 써달라고, 지금 패싸움을 하러 간다고, 보복이 무서워 신고를 못 하겠다고, 사귀는 오빠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새벽에 밖으로 불러 앵벌이를 시켰다고, 돈을 받아야 하는데 그 사람 연락처를 찾아 돈을 받아달라고, 가출 했는데 배가 고파 죽겠으니 쿠폰을 보내 달라고, 임신을 했는데 남자 친구가 애를 없애려 배를 때리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평범한 학생들이 하는 진로나 학업 상담이 아니라 급박한 사건 관련 상담, 일반적인 형사사건 상담 그리고 사건 신고이거나 폭력 피해 신고에 가깝습니다. 


저는 사건에 관계된 청소년들과 대부분 알고 지냅니다. 그래서 사건 접수 없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사건이 심각한 경우에는 제가 사건을 받아 저랑 친한 친구들을 조사하기도 합니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거나 영장을 받아 소년 분류심사 원에 입소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친한 친구들을 조사하는 것이 부담되었지만, 가해자인 대부분의 아이들은 알고 지내던 저한테 조사를 받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합니다. 저도 좋은 분위기에서 조사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려주며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 아이들도 제가 사건을 맡는다고 하여 저를 싫어하거나 떠나지 않았고 지금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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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경찰학교에서



페이스북으로 네트워크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락하는 탓에 정말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수없이 들었습니다. 집에서까지 시도 때도 없이 페이스북을 하는 저 때문에 아내도 힘들었지만, ‘이 아이들이 급해서 나를 찾는 것인데 내가 도와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 지금까지 끊지 못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저는 범죄 예방이나 자존감 증진을 위한 글, 경찰관으로 아이들을 만나 지속적으로 지도하는 모습, 맛있는 것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 소년원 등 소년보호시설을 방문하며 아이들을 만나는 모습, 교회에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내가 너희들 옆에 있고 너희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너희들도 경찰관 선생님처럼 잘 지낼 수 있다’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좋은 영향력을 흘려보내려 노력하는 것이죠. 


이렇게 특별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호자들을 알게 됩니다. 보호자들은 아이들 문제로 거의 미치기 직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삶과 직장 모두 망가져 버렸다고, 이젠 포기하고 싶다고, 소년원에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합니다.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면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다던 어머님도 생각납니다. 제가 아는 한 친구는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폭력에 공갈, 폭행, 강간 사건 으로 경찰 조사를 많이 받아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결국 어머니를 폭행하여 소년보호시설에 입소하게 되었습 니다. 또 한 친구는 술을 마시고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댔습니다. 사건 직후 음주를 한 채 오토바이를 몰다가 마포대교에서 넘어져 왼쪽 발이 완전히 으스러졌습니다. 저는 이런 부모님들을 위해 보호자 세미나를 개최해왔습니다. 작년까지 총 5번의 세미나를 열었는데, 감사하고 감동적인 만남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모님들과 지금도 연락하며 아이들 문제를 함께 나누고 있는데, 아이들과 관계를 회복한 보호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참 흐뭇합니다. 


문신을 하고 오토바이 폭주를 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거칠고 무서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과 친해질 기회가 있었다면 느끼셨겠지만, 이 친구들은 정말 여리고 착한 아이들입니다. 다만 가정의 기능적 상실,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퇴학, 그로 인한 상습적인 가출 등의 환경 때문에 범죄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가출을 반복하다면 차 털이나 침입절도, 공동상해, 공동공갈 등 브레이크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년보호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죠. 사랑받고 지지받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소년기에 가정에서 상처 받고 학교에서는 사고뭉치로 낙인찍혀 이리저리 강제전학을 다니며 소외당하여 적응하지 못하고 범죄소년이 되는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최근 언론에 나온 부산 청소년 상해사건 등으로 입건되어 재판을 받은 학생들처럼 때로는 성격이 폭력적인 학생이 있기도 합니다.) 


저랑 친한 아이들 중에는 18세에 이미 경찰에서 조사를 받거나 소년부 재판을 받은 경력을 가진 아이들이 많습니다. 소년보호시설을 다녀온 상태라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도 겨우 합격할 수 있는 학력 수준이고 대학 입학은 거의 포기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더욱 지도할 어른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국가도 사회도 노력은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별한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회복된 가정과, 사랑으로 포기하지 않고 지지해주는 어른입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철이 들어 범죄를 멈추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경제활동을 하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범죄자나 전과자가 되어 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아이들을 지도합니다. 다 깨어진 유리 같은 여린 마음이 더 상처 받을까 봐 두려워 문신을 하고 거칠게 행동함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아이들. 가정에서 학교에서 채우지 못한 공허함을 범죄로 물들이며 자극적인 유흥을 일삼는 아이들. 사회와 언론은 그 아이들을 무서운 십대, 흉악한 범죄자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 모두 사랑받을 만한 아이들이고 우리가 사랑해 주어야 하는 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것이 저와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요? 


저는 청소년에 대한 섬김의 마음을 계속 가지고 가려합니다.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릅니다. 주님께 가정과 비전을 맡기고 남편으로 아버지로 그리고 청소년 사역자이자 경찰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청소년을 섬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명칭들이 있습니다. 법무부 명예보호관찰관, 가정법원 소년 위탁보호위원, 준법지원센터 보호관찰 위원, 소년원 멘토입니다. 지금은 경찰로서 소년보호시설 안과 밖에 있는 청소년들을 지도하면서, 청소년들을 섬기는 목회자들 그리고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아이들을 돕는 그리스도인들과 협력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청소년 지도학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대학에서 청소년 지도에 관심이 있는 학부생들에게 저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근무를 나와 있는 지금도 한 아이를 잠깐 만나려 합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관심을 가지고 사랑할 수 있는 어른들이 절실히 필요한 것을 알기에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혹시 이 특별한 청소년들을 사랑하고 같은 비전을 갖고 계신 학사님들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 동역자로 함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거나 함께 동역하기 원하는 분들은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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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양병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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