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리>는 ‘수준 높은 수다로 꼬드기고 등 떠미는’ IVF 학사회보입니다.
소리정음(매 호의 기획글), 소리지음(유익하고 재밌는 연재글), 소리이음(학사 인터뷰 및 학사사역 소개)을 통해 다양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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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2020-07-27 조회6,850회 댓글0건

[소리정음]
안녕하세요. YT543호 기사입니다! [여기에도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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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리] 2019 두 번째 소리 06+07호(통권244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여기에도 우리가 있다!]


▷ 하늘을 날며 땅 위의 하나님 나라를 꿈꾸다 _ 임종엽

 안녕하세요. YT543호 기사입니다! _ 이동현

▷ 빛과 소금으로 살고 싶은 마취과 간호사의 하루 _ 강윤호 

▷ 전파에 실어 보내는 마음, 전파를 타고 흐르는 사랑 _ 편유희

▷ 경찰공무원, 특별한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다 _ 양병윤






안녕하세요. YT54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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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드 트랙터로 향하는 장비기사님들 


 

◆ 이동현(부산외대99) 

중앙아시아 선교사를 꿈꾸었다가 목회가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영상 제작자의 꿈을 꾸며 IVF MEDIA 협동간사로, 교회 방송실 직원, 프리랜서 촬영기사로 10년 가까이 일했다. 

지금은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YT기사로 일하고 있다. IVF학사인 아내 이지영(동부산00)과 함께 고향인 부산에서 지내고 있다.




“YT543호 기사님.” 


통제실에서 무전으로 나를 찾는다. 


“실은 짐에 문제가 있다고 하네요. CFS창고로 가셔서 야드 감독에게 확인받으세요.” 

“네, 확인.” 


대답과 함께 가던 길을 돌려 창고 쪽으로 향한다. 부우웅…. 뭔 짐이 이렇게 무거운지 육중한 소리를 낸다. 창고 앞에 다다르자 기다리고 있던 야드 감독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차를 대라며 손짓한다. 익숙하게 후진으로 차를 대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자 ‘푸쉬-’하며 에어 물리는 소리가 들린다. 작업이 끝날 때까지 좀 기다려야 한다기에 내려서 기지개를 켜며 유난히 파란 하늘을 보았다. 


시끄러운 기계 소리와 망치 소리, 먼지와 매연이 뒤섞인 이곳, 드넓은 바다를 매일 볼 수 있는 이곳은 내가 일하는 항구다.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그리고 YT543호 


이곳은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의 경계면에 위치 한 ‘부산신항’이다. 2009년에 도심에 있던 컨테이너 부두를 이전하여 컨테이너 전용부두로 개장했는데, 13,250,000 TEU(1 TEU=20 ft, 컨테이너 1개)의 처리능력을 갖춘 세계 6위의 컨테이너 전문항을 자랑한다. 


5개 컨테이너 운영 터미널 회사 가운데 제4부두 에 위치한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이 내가 일하는 곳이다. 18,000 TEU급 선박이 접안 가능한 3개 선석과, 15층 건물 높이에 100톤 이상의 화물 을 올리는 12개의 컨테이너 크레인, 자동화 크레 인(ARMGC)으로 움직이는 3개의 자동화 블록과 7개의 라인을 갖춰서 연간 300만 TEU 이상의 컨 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YT(야드 트랙터, Yard Tractor)를 운영하는 장비기사로 일하고 있다. 야드 트랙터. 그냥 들으면 농기계 비슷하지만 컨테이너를 옮기는 트럭으로, 트레일러 차량과 비슷하게 생겼다. YT(야드 트랙터)는 컨테이너 전용 선박에서 크레인을 통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컨테이너를 받아 보관하는 장치장(Yard)으로 이동시키고, 반대로 장치장에 있는 컨테이너를 선석(Apron)에 있는 선박으로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장비의 특성상 부두를 벗어난 도로에서는 주행이 불가능하고 면허 자격은 트레일러 운전면허를 갖춰야 한다. 


나는 회사의 운영 관리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장비를 실제적으로 움직이는 일반 기사다. 우리 회사는 주야간을 교대 근무하는 2개 조, 2교대로 운영 한다. 1주일은 주간 근무, 1주일은 야간 근무로 돌아가면서 일하고 있는데, 한 달의 2번은 조 교대를 위해 주야간 연속 근무(24시간 근무)를 한다. 365일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컨테이너 터미널이라는 것이 부산신항의 모토이기에 부두 내의 모든 근로자들은 교대제로 근무하고 있다. 주간 근무일 경우 아침 9시에 현장에 투입되어 저녁 8시에 나올 수 있고, 야간근무는 그와 반대로 저녁 8시에 투입되어 아침 9시에 나온다. 주간은 11시간, 야간은 13시간을 현장에 있으며, 주간에는 3시간 야간에는 2시간을 교대자와 번갈아 장비에 탑승하여 총 8〜9시간 정도를 운영하는 셈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현장 내에 있는 대기실에서 쉴 수 있다. 현장에 100여대의 YT가 움직이는데 그 중에 내가 탑승하는 장비의 일렬 명칭이 YT543호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할 때에는 ‘YT543호 기사님’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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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543호와 함께
 


너무 무서운 아저씨들과 친구가 되다 


매일은 아니지만 잊을 만하면 욕설이 난무하는 말 싸움이 일어난다. 휴무 조정, 근무 조정, 선석이나 야드에서 있었던 일, 교대 등으로 생기는 불편 때문에 관리 직책을 맡은 조장과 언쟁이 일거나 동료 기사님들과의 싸움이 생긴다. 가끔은 멱살잡이를 하며 “네가 옳네, 내가 옳네” 하기도 한다. 합리적인 대화를 통한 이해와 양보는 없다. 다들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자존심이 강한 남자들이기에 무조건 이기고 보려 한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곳이다.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거나 앞뒤 사항 없이 눈을 부라리며 대화하는 곳이 다. 모태 신앙인이며 교회문화 안에서 대학을 졸업한 나에게는 정말 무서운 곳이었다.


하지만 이 아저씨들도 알고 보면 그렇게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다. 나처럼 특별한 경력이 없어서 취직하기 힘들거나 일반 기업이나 공장에서 받아주기 힘든 나이대의 분들이 많다. 이곳에서 일 하는 분들의 연령은 20~70대까지 다양하지만 50~60대가 주를 이룬다. 사업을 하다가, 자존심 때문에, 배운 게 없어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직장을 못 잡거나 퇴직당한 분들이 이곳으로 오는데, 요즘은 명예퇴직 이후 오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사람이 들고나는 일이 잦은 곳이고 오려는 사람도 없다 보니 신용 불량자들도 있다. 그 때문에 억울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도 많다. 


이분들이 험해진 것은 모든 것을 몸으로 배우기 때문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주변의 이야기나 경험자들의 조언 또는 학습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몸으로 겪어봐야 한다. 우리 아저씨들이 주로 하는 말이 “이렇게 해서 오늘 하나 배웠네”이다. 가볍게 말하기에는 감당하기 너무 힘든 결과들이 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론 이런 일 때문에 퇴사해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함께 생활하면서 이들도 하나님의 은혜와 회복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규모가 잡히지 못한 삶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바닥의 삶으로 내려와서 일하는 처지…. 이분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남편이며 아버지기에,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 있게 살고 더 바닥으로 내려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사는 분들이었다. 


우리는 근무시간 때문에 주일을 지키는 것도, 주 중에 성경 공부하는 것도, 제자 훈련하는 것도 힘들다. 그렇다 보니 이분들은 ‘관리 대상의 신자’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말도 험하고 매일 담배를 태우며 술이 들어가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이라, 교회 모임이나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가까이 하기에는 마음의 문턱이 너무 높았다. 그런 그들에게도 복음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같이 놀며 내면의 아픔이나 어려움 그리고 상처를 치유하는 복음을 전해야 한다. 이분들과 함께하며 아픈 마음에 교회 전체 성도들에게 기도제목을 나눌 때 우리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기도 부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아저씨들의 말을 경청하고 함께 웃으면서 지내다 보니 친구가 되었다. 그저 조용히 여기에서 잘 지내기 원했을 뿐이었는데, 지내다 보니 아저씨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에게서 풍기는 “뭔지 모를 안정감과 다부짐에 끌려서”라고들 하신다. 이제는 나를 볼 때마다 “네가 교회를 자주 못 가서 예수가 너 싫어하는 것 아니냐”하며 기회 될 때 교회가라고 부추기기도 하고 뭔가 어려운 일이 있거나 호기심이 들 때면 집 근처 교회에 들른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묻기도 하고 자랑도 한다. 아저씨들이 보기에는 교회 문턱이 너무 높아 보였다고 한다. 주변의 꼬임으로 이끌려 가보면 늘 자신을 복음전도의 대상으로 보고 무엇인가 가르치려 들고 조언하려 하니 너무 싫었다고 했다. 어쩌면 교인 된 우리가 그들과 차별을 두며 군림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몸으로 부딪치며 사는 아저씨들이 더욱 거부하려 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아저씨들이 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회에 찾아간다고 이야기하셨다. 세상의 풍파 속에 살다 보니 겉으로는 강함을 나타내는 아저씨들. 우리 아저씨들의 속은 여린 아이와 같다. 그들도 위로받고 사랑받고 싶은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이 필요하다. 


가로 3km 세로 4km의 야드를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것이 우리 일이다. 매일 매시간 같은 일이 반복된다. 비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춥고 더운 일터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에게 “형님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하는 거예요”라고 말해 고 싶다. 우리 아저씨들이 일하지 않으면 부두는 멈춰 선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은 무섭고 보잘 것 없는 아저씨들이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돈이 없어도 ‘가오빨(자존심)’로 사시는 우리 아저씨들에게 이런 가오를 살려드리고 싶다. 


구석구석 하나님 나라 


신입 시절 힘들 때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메시지는 “하나님께서 깨끗하다고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라(행 10:15)”였다.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배웠다는 이유로 직업의 귀천을 나누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을 따르며 섬기는 사람은 이런 일을 하면 안 돼!’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은 그런 나를 깨우치셨다. 누구나 동경하는 자리든 그렇지 못한 자리든 하나님은 모든 곳의 주인이 되셔서 그 나라의 정의와 다스림을 드러내신다. 


이곳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라디오에서 ‘구석구석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민주주의 정신이 기초가 된 의사소통방식과 행정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구석구석 하나님 나라’ 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땅의 모든 곳에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다스림이 나타날 수 있게 하는 것. 하나님 나라에는 짐을 나르는 당나귀 방울에도 ‘성결’이라고 적혀있듯이 우리의 모든 직업 군이 하나님의 다스림 속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일은 당나귀가 짐을 나르는 것과 같다. 험하고 볼품없는 일이기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 는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일에도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다스림이 임하기 원하신 것 같다.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상처 받아 울며 힘들어하기보다, 위로받고 회복되어 온전한 사람으로 변화되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초대교회 성도들의 다수는 로마시대의 노예였다 고 들었다. ‘어쩌면 노예 계층이 지금은 3D업종에서 일하는 비정규 일용직 노동자들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주인의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내쫓길 수 있는 사람들. 그들도 본의 아니게 노예가 되었고, 험한 일의 노동자가 되었다. 그런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고백하고 부활을 소망하며 하나님 나라를 삶에서 만들어갔듯이 우리네 현장도 그러한 소망이 필요한 듯하다. 


출애굽 시대 때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서 성막에 대한 디자인을 주셨는데, 이를 실제적으로 구현해낸 사람들 또한 우리 같은 이름 없는 노동자들 이었다. 한땀 한땀의 노력으로 예배하는 곳을 만 들었듯이 일상의 일터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나 우리 아저씨들도 하나님 나라를 만들고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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